경제적 불안정 개념에 대한 이론적 논의: 보건학 연구에의 적용
Abstract
This study summarizes related issues in the existing studies to understand the concept of economic insecurity within health studies. 1) The concept of economic insecurity is divided into objective existence, subjective perception, and emotion. 2) Actual measurement or manipulation may involve various aspects, but mainly use occupational aspects or income aspects. 3) Economic insecurity may be caused by external events, but it is also considered together with the capability of individuals to respond. 4) There are cases where the unit of measurement is the population and individual or individual household, and the observed phenomenon varies depending on the unit of measurement. The concept of economic insecurity can have various operational definitions and ranges, and the dimensions to be observed can vary depending on the measuring instrument or unit. This research proposes multi-dimensional and multi-layered approach to conceptualize economic insecurity. The relationship between economic insecurity and health in modern society, where economic insecurity is increasing and its effect on health is increasing, should be discussed in many studies from the standpoint of social determinant for health.
Keywords:
economic insecurity, 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new risk for modern societyIntroduction
개인의 경제적 지위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중 하나[1]이며, 그런 맥락에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다루어 지는 중요한 연구 주제이다. 오늘날 우리는 개인의 경제적 지위가 갖는 어떤 특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경제적 불안정(economic insecurity)이 증가하기 때문에[2], 소득 변동성, 직업 불안정성과 같은 경제적 ‘불안정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소득의 변화나 지연 효과와 같은 경제적 동태(economic dynamics)의 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되고 있지 못하다[3]. 즉, 소득의 시간적 측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이러한 연구 경향은 단면 자료를 분석하는 연구가 많기 때문인데[4], 소득과 건강에 대한 단면 분석 연구는 – 일반적으로 – 소득이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일정할 것을 함축한다 [5]. 그러나 현대사회는 ‘불확실성의 시대’ [2]이며, 경제적 자원의 측면에서 지속적인 소득을 확보할 가능성은 수시로 변하므로 경시적 연구에서, 소득이 일정할 것이라는 가정은 적용하기 어렵다. 1990년대 이후 새로운 위협들이 안정적인 삶이나 사회경제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개인의 능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6-8].
즉, 한 시점에서의 경제적 수준이 개인의 경제적 지위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따라서 개인의 소득 수준이 불변한다는 가정은 현실의 반영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제적 자원과 건강 간의 관계를 다루는 연구에서 개인 또는 개별가구의 경제적 지위 변화, 즉 경제적 불안정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경제적 불안정은 점점 많은 연구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그 개념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들에서 다루고 있는 경제적 불안정의 개념을 검토하여 경제적 불안정과 관련된 주요 쟁점에 대해 정리하였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향후 보건학 연구에서 경제적 불안정의 재개념화 방향을 제안하였다. 단, 본 연구는 경제적 불안정성 ‘개념’과 관련된 논의를 다루므로 관련된 실증 연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하거나 분석하지 않았다.
Concept of economic insecurity
경제적 불안정은 경제 영역에서의 움직임(change/variability/variation/volatility)을 일컫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또는 가구의 경제적 상태를 측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인 소득을 예로 들어보면, 소득은 한 시점의 ‘수준(level)’과 ‘변화 양상(dynamics)’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경제적 불안정’ 이라는 개념은 그 ‘수준’에 초점을 맞추었던 기존의 접근과 달리 시간적인 변동이나 변화 양상 등을 중심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불안정은 사람들의 공식적이거나 사적인 삶에서 매우 중요하고,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개념이며[9-10] 최근 정책적 논의에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11]. 그러나 그 사용 빈도에 비해 개념적 정의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 엄밀하게 탐구되고 있지 않으며[12], 실질적인 정의나 조작적인 정의 모두 모호하거나 매우 다양하게 정해진다[9,12]. 때로는 일반적인 불안정의 속성을 함께 가지는 것으로 통용되거나, 빈곤이나 저소득과 혼동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경제적 불안정이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요소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고[13] 다면적인 주제이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합의하는 공식적인 정의를 구성하기 어렵다[11]는 주장도 있으며, 이 때문에 기존의 연구에서는 개념을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는 조작적인 정의나 연구에서 사용하는 변수(측정방법)에 대해 상술하는 경향이 있다[14]. 이로 미루어 볼 때, 경제적 불안정의 개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존 연구에서 사용된 조작적 정의나 측정된 개념을 폭넓게 검토하고 이에 기반한 재개념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Issues around economic insecurity in existing literatures
경제적 불안정 개념은 이론적으로 확립된 개념이 있다기보다는 다양한 연구들에서 조작적으로 정의되고 실증연구에서 여러가지 모양으로 구체화된다.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들에서 다루어진 경제적 불안정 개념과 관련된 쟁점들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었다.
1. Objective situation and subjective recognition
경제적 불안정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는 물질적인 웰빙을 의미하는 포괄적 용어이며 - 연구질문에 따라 – 용어의 의미의 범위는 물질적 웰빙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이나, 직업과 관련된 걱정이나 개인의 재정적 상황의 변화에 대한 평가를 의미하기도 한다[9]. 경제적 불안정을 다룬 많은 문헌 중 일부[13,15-16]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문헌에서 인지·감정 등 주관적 요소를 강조한다(<표 1>).
선행 연구[12,15,17]에서 경제적 불안정의 공통점을 정리해보면, 부정적인 경제적 사건에 대한 노출이나 그 노출에 대한 위험으로 인해 유발되는 걱정이나 우려 등을 경제적 불안정이라고 한다. 즉, 경제적 위험의 실질적인 발생이 유발하는 부정적 결과에 더해, 그 발생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18]까지를 포함한다. 경제적 불안정은 인지된 위험과 실제 위험의 교차점이므로[19], 개인의 인지적 측면과 함께 객관적인 사건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Burgoon & Dekker[17]는 경제적 불안정 개념을 객관적인 사건의 차원과 주관적인 경험 및 인식의 차원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객관적 상황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인식은, 상황적 조건 외에 문화적 요소나[20-21] 안정성과 관련해서 개인의 익숙해져 있는 방식, 불안정성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의 정도[22-23] 등에 따라 달라진다[24]. 즉, 객관적인 불안정 상황과 주관적 인식은 동치될 수 없으며[24] 경제적 불안정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을 이용한 분석결과는 주어진 상황에 대한 순수한 효과라고 해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저소득가구의 취약성을 논의함에 있어 단순히 소득수준만을 고려하다가 상대적 박탈감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이와 비슷한 접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정리해보면, 선행연구에서 정의한 경제적 불안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그림 1>). 먼저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경제변수의 변동성·이동성이다. 소득의 변동성(income volatility)[14], 직업의 이동성(insecure job/job mobility)[29], 자산 수준의 변동[11] 등을 측정 변수로 사용하였다.
다음 단계인 인지된 경제적 불안정은 Anderson & Pontusson[9]이 정의한 바와 같이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질 가능성에 대한 개인의 예상치(estimate)를 의미한다. 직업적 불안정에 대한 연구에서 실질적인 고용불안정을 통제한 이후에도 고용 불안정에 대한 인식이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과 동일하게, 경제적 불안정에 있어 실제적인 부정적 사건의 발생 외에 개인의 인식이나 지각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정적/정서적인 단계이다. 대표적인 것이 Osberg[28]의 정의인데, 그는 경제적 불안정을 경제적 안정의 부족으로부터 나타나는 걱정으로 정의했다. Kopasker, Montagna & Bender[30]에 따르면 ‘인지된 변동성’보다 ‘부정적 경제적 사건에의 노출 가능성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의 회복 어려움에 대한 예상이 유발하는 근심/걱정[11]’이 경제적 불안정에 주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경제적 불안정에 대한 주관적 지표 설정 시에 인지 뿐 아니라 감정적인 지표를 구분하여 설정할 필요가 있다.
2. Occupational instability, income instability, and other areas
경제적 불안정의 이론적 개념 뿐 아니라 실제 측정에서 포함하는 영역 또한 중요한 쟁점이다. 실증 연구에서의 다양한 조작적 정의와 측정도구의 사용이 경제적 불안정의 개념화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개인은 다양한 경제적 위험에 노출됨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에서는 다수가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직업적 불안정을 주로 다루고 있었다[14]. 경제적 안정에서는 정기적이고 예측가능한 소득의 흐름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경우 근로소득이 가계 소득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안정적인 직업적 상태는 경제적 안정과 긴밀히 연결된다[12]. 따라서 직업적 불안정 또는 실직의 위험은 경제적 불안정의 개념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때때로 동일하게 취급되기도 한다[28].
그러나 직업적 불안정을 이용해 경제적 불안정을 측정하는 것은 몇 가지 중요한 제한이 뒤따른다. 먼저, 직업적 변동 기저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므로 – 예컨대, 자발적인 이직, 건강상의 문제, (여성의 경우) 결혼이나 출산 등 경제적 불안정의 다양한 이유, 그리고 일자리의 부족과 같은 외부적 요인 – 직업적 불안정은 다면적인 성격을 내포한다[9]. 즉, 직업 상태에는 경제적인 고려 외에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직업적 불안정이 경제적 불안정의 측정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모든 상황에서 고용형태가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예컨대 근로자가 자신의 학업이나 양육, 여가생활 등을 이유로 비정규직/시간제 근로를 자발적으로 선택한다면 불안정 노동으로 간주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부분의 설문에서는 고용형태의 자발성을 조사하고 있지 않아 이를 반영하기 어렵다.
직업적 불안정의 또 다른 한계는 전체 인구집단을 하나의 위계로 포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컨대 자영업자 및 고용주는 임금근로자와는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진다. 또한 인구집단의 특성에 따라 근로 소득 외에 이전소득이나 자산소득(이자소득이나 지대 등)이 주를 이루는 경우도 있을 것이므로 직업적 불안정에만 집중하는 접근방법은 전체 인구집단에 적용하기 어렵다1. 비공식적인 노동시장으로 이동한 경우, 분석 사례에서 이탈할 위험이 있고 분석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고용지위에 대한 추적 조사가 어려우며 이 때문에 분석 사례의 수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실직이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소득의 안정성 저하가 아닌 다른 기제를 통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경제적 불안정을 측정하는 데에 직업적 불안정에 대한 객관적 지표만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며 개인이 인식하는 주관적 상태 등에 대한 고려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한 예로, Hellgren, Sverke & Isaksson[31] 은 실직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소득의 상실이나 이전 직장동료와의 관계 등이 아니라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직업적 불안정 외에 연구가 많이 진행된 분야는 소득 변동성에 관한 연구이다. 이 또한 적정한 측정지표 설정의 어려움 등 분석상의 어려움이 있지만 직업적 불안정보다 (소득 변동성 지표를 이용한) 소득 불안정이 보다 포괄적인 경제적 불안정을 대변할 수 있다[32].
경제적 불안정을 보다 포괄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직업이나 소득 외, 예컨대 주거 불안정, 생활의 불안정성, 영양섭취 불안정 등에 대해 함께 다루기 위해서, 포괄적인 물질적 결핍을 반영하는 지표(경제적 어려움의 경험)를 지표에 포함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주거 상태나 가족(가구) 형태를 통해서도 일부 측정 가능하다.
3. External events and internal capabilities
경제적 불안정 개념과 관련된 또 다른 쟁점으로는 사건 발생의 내·외부성에 대한 구분이 있다. 대처능력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외부적 사건으로서의 경제적 불안정을 개념화하는 연구[15]가 있는 반면, 어떤 경우에는 부정적 사건의 발생과, 개인의 대처불가능의 상황이 함께 일어나 경제적 불안정이 나타난다고 주장한다[13]. 조금 다르게 표현하자면, 경제적 불안정 발생의 절대성과 상대성이라고 볼 수 있다.
Anderson & Pontusson[9]과 Bossert & D’Ambrosio[11]의 정의에서도 실직 등 부정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개인의 대처 능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개인이 그를 완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 그리고 대비 수준에 따라 경미한 위험으로 작용할 수도 생계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부정적인 사건에 있어서, 객관적인 그 실체 외에 개인이 인식하는 위협의 수준이나 개인의 대처능력과 비교했을 때의 파급효과의 정도 등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경제적 불안정의 개념 정의 혹은 측정에 개인의 대응능력을 직접적으로 포함하지 않더라도, 실증분석에서 이를 고려하기 위해 완충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구의 소득 및 자산 수준, 자가 여부 등을 분석모형에 통제변수로 포함할 수 있다. 자산은 갑작스러운 경제적 위험 상황에서 완충재(buffer stock)로 사용될 수 있는데, 예컨대 한국에서 자가 여부(살고 있는 집의 소유 여부)는 경제적 안정성을 측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Individuals (households) and population groups
경제적 불안정의 영향에 관한 연구 중 소득 변동성을 이용한 연구는 Moffitt & Gottschalk[33] 류의 인구집단 전체를 단위로 한 시계열 분석이 많으며, 개인이나 가구 단위의 분석은 상대적으로 적다. 불안정이 라는 개념 자체가 변량을 나타내는 개념이므로, 횡단적 분석을 위해서는 인구집단을 단위로 하는 분석이 용이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개인의 소득이 하나의 관측 값으로만 사용되므로 변량(variation)은 개인 단위에서 계산될 수 없다.
그러나 인구집단을 단위로 하는 지표는 개인에 대한 적용이 어렵고 생태학적 오류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34] 개인이나 개별 가구 수준에서의 지표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측정단위의 문제는 개념의 범위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경제적 불안정에 대한 관점을 규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구집단을 단위로 하는 연구는 개인(개별가구)간 변량을 관찰하는 연구이지만, 개인이나 개별가구를 단위로 하는 연구는 시간적 차원에서의 개인의 변화를 관찰하는 연구이기 때문이다.
Re-conceptualization of economic insecurity
다음의 <표 2>에서는 본 연구에서 논의된 경제적 불안정 개념과 관련된 쟁점들을 요약하여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경제적 불안정’의 재개념화의 방향은 기존에 사용되던 개념과 비교했을 때 보다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이는 경제적 불안정이 미치는 건강 영향의 이중성(신체적 건강 및 정신적 건강)[14, 35]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보다 정확하게 건강문제의 원인을 밝히는 데 기여하기 위함이다.
첫번째 쟁점과 관련하여 경제적 불안정 측정에서 객관적 지표만 고려한다면, 물리적 자원의 결핍은 포착할 수 있을 것이나 심리적 스트레스의 차원이나 정신질환의 신체화와 같은 영역은 연구에 포함되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주관적 지표만을 고려한다면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료가 한정적[25]이고, 주관적 지표의 근거가 되는 실체를 해석하기 어려운 문제[14]가 발생한다. 따라서 건강문제의 원인이 되는 실제 사건을 발견하기 어려우며, 보건분야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객관적 지표와 주관적지표를 함께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두번째 쟁점인 측정 영역과 관련해서는, 취약집단의 범위설정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영역까지 경제적 불안정으로 포괄하느냐’에 따라 취약집단이 좁게 설정될 수도 있고 넓게 설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영역의 지표만 사용되는 경우 편향된 취약집단이 설정될 가능성과 측정 대상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대상자의 건강문제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직업적 변동 기저에는 비자발적 퇴직 이외에도 자발적 이식, 건강상 문제, 결혼이나 출산, 혹은 일자리의 부족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나[9] 직업적 변동 자료에는 고용형태의 자발성이 드러나지 않는다[25]. 특히 직업적 안정성을 위계화하기 어려운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36]에서는 경제적 안정성을 측정하기 위해 직업적 안정성을 보완할 다른 지표가 함께 사용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직업적 불안정아 직업적 상황의 가변성에 대한 개인의 심리를 대변[37]하는 지표라고 한다면, 소득의 불안정은 소득의 증가와 감소 사건의 발생과 같은, 보다 포괄적인 경제적 불안정을 포착하는 데 보다 우수한 지표가 될 수 있다[32]. 따라서 한 가지 영역의 지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연구에서 관찰하고자 하는 경제적 불안정의 측면을 중심으로 복수의 변수를 설정하여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접근일 것이다.
세번째 쟁점인 개인의 대처 능력에 대한 고려 역시 경제적 불안정을 좀 더 폭넓게 관찰하기 위한 접근이다. 정신건강 연구에서 스트레스나 부정적 노출에 대한 반대 작용으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연결망, 사회적 지지와 같은 것들을 완충재로 사용[38]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동일한 수준의 부정적 사건에 노출되더라도 개인이 이용가능한 다른 경제적 자원이 충분한 경우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겠으나 안전망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경우에는 보다 작은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그 영향이 매우 클 수 있다. 이는 경제적 불안정 그 자체만을 측정해서는 알기 어려우며, 개인의 가족관계나 대인관계, 또는 사회적 안전망과 같은 보다 넓은 범위에서 접근가능한 자원의 여부나 제도적 보호[39] 등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공식적인 제도 이외에도 문화나 관습 등에 따라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위험회피성향이 더 강하고 개인주의가 강하게 작용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에서 직업적 불안정이 갖는 의의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40].
마지막 쟁점인 측정 단위는 관찰자의 의도에 따라 선택가능한 범위이다. 그러나 인구집단 차원에서의 접근은 인구집단의 분포를 보는 차원에 그칠 뿐, 개인이나 개별 가구의 미시적인 삶의 양상을 관찰하기에 한계가 있다. 경제적 불안정의 건강 영향을 관찰하기에는 인구집단 단위의 연구보다는 개인 단위 혹은 가구 단위의 변수의 발견과 활용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Conclusion
과거 경제 변동이 크지 않았을 때에는 경제 불안정이라는 개념은 인식되기가 어려웠고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역시 크지 않았다. 따라서 그동안 경제적 불안정 보다는 경기 불황, 저소득, 빈곤과 같은 정적인 상태와 건강에 대한 연구가 보다 많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거시경제가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경제적 불안정성의 범위는 확장되고 있으며 이것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본 연구는 그간 체계적으로 논의된 바가 많지 않았던 경제적 불안정의 개념과 관련하여, 주요 쟁점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하는 연구로서 추후의 연구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 본 연구에서 논의된 포괄적 개념을 바탕으로, 경제적 불확실성과 건강 간의 관계는 건강에 대한 사회적 결정의 관점에서 보다 많은 연구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 가운데 이론적 고찰 부분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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