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itute of Health & Environment Seoul National University

Current Issue

The Korean Journal of Public Health - Vol. 60 , No. 2

[ Article ]
The Korean Journal of Public Health - Vol. 57, No. 2, pp. 25-37
ISSN: 1225-6315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1 Dec 2020
DOI: https://doi.org/10.17262/KJPH.2020.12.57.2.25

지속가능한 COVID-19 대응 정책을 위하여
권순만1, 2
1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2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Correspondence to : *Soonman Kwon (kwons@snu.ac.kr, 02-880-2721) Graduate School of Public Health, Seoul National University, 1 Gwanak-ro, Gwanak-gu, Seoul 08826,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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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Korea has prepared and responded to COVID-19 crisis rather effectively in the early stage. However, after 10 months of lengthy social distancing, the public are experiencing psychological fatigue and there is an increasing doubt on the effectiveness of government’s restrictive measures. Government should be very cautious on social distancing because it has huge cost on economy, education, and society and much higher burden on the poor and vulnerable. More sustainable policy for COVID-19 should be based on both evidence and societal value judgment. We need more research evidence on the effectiveness of social distancing measures as well as their cost and benefits on the society. Considering evidence and the capacity of health care system, we need a consensus on “acceptable risk” that our society is willing and capable to take, which is a more sustainable approach to improve resilience of our socioeconomic system facing a pandemic crisis.


Keywords: COVID-19, social distancing, acceptable risk, evidence, value judgment

1. 서론

지금까지 한국의 코로나 대응은 다른 나라에 비해 성공적이어서, 확진자 수를 보건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게 유지하였다. 지금까지는 코로나 라는 새로운 위험에 직면해 확진자 수에 초점을 맞추어 정책적 대응을 해왔고 또 이를 위해 우리 사회의 모든 자원을 총 동원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예상보다 더 오래 유행하는 현실에서, 앞으로는 방역 최우선이 아닌, 우리 사회와 경제가 감당할 만큼의 자원을 적재 적소에 배분하는 것이 향후 지속가능한 코로나 대응 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도, 이동량과 접촉 나아가 확진자 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실증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으면, 경제와 사회에 (특히 취약계층의 삶에) 치명적인 부작용만 야기할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코로나 방역정책의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 우선 코로나 방역 정책이 그간 거둔 성과와 성공 요인을 간략하게 고찰하고, 그동안 노정된 한계와 문제점들을 논의한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어떤 편익과 비용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역 정책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 구체적으로 방역과 다른 부문과의 연계, 보건의료정책의 역할, 위험 소통 (risk communication),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가치판단에 기반한 정책 결정을 제안한다.


2. 코로나 정책의 성과
1) 신속한 대응과 준비성 (Preparedness)

코로나 감염의 확산 속도를 감안하면 초기에 빠르게 대응해서 감염 확산의 불길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의 빠른 대응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 얼마나 우리가 잘 준비되어 있는지(preparedness)에 영향을 받는다. 2015년에 경험한 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은 소중한 정책 학습의 기회를 제공했다 (권순만, 2020a). MERS 대응의 실패 경험을 토대로, 질병관리본부의 예산과 인력 등 역량의 강화, 적극적 확진자 동선 파악과 정보 공개, 동선 파악을 위한 신용카드 사용 정보, 휴대 전화 위치 정보 등의 접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협력의 중요성, 조기 검사의 중요성 등을 깨닫고 법률 개정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준비성에 기인해 코로나에 조기에 대응하여 감염자와 환자 수의 폭발적 증가를 막고 의료체계에 대한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

이른바 3T(Test, Trace, Treat) 전략을 통해 대규모 조기 검사, 확진자 파악과 분리, 환자 치료를 신속하게 했고, 드라이브 쓰루, 워크 쓰루 검사 등을 통해 빠른 테스트는 물론, 시설과 직원의 감염도 예방할 수 있었다. 무증상 확진자가 많은 코로나의 특성상 대규모 검사를 통해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격리/치료함으로써 감염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서구 유럽과는 달리 봉쇄정책과 같은 강력한 통제정책을 피할 수 있었다 (Kang, Kwon and Kim, 2020).

2) 유연성 (Flexibility, Learning by Doing)

기존 체계의 준비성 만으로는 코로나라는 새로운 팬데믹에 충분히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새로운 감염병에 대해 불확실성과 제한된 정보 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과학적 근거를 빠르게 반영하고 또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반영해 정책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순만, 2020a). 열심히 일한 현장의 보건의료인력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무원들, 국민들의 참여 역시 성공적 대응을 이룬 중요한 요소였다.

지난 2-3월에 대구 경북지역에서 대규모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초기에는 모든 확진자를 입원시키다보니 병상이 심각하게 부족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확진자는 경증이어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임상 근거와 경험에 기반해서, 생활치료센터 제도가 도입되고 경증 환자들이 이를 사용함으로써, 중증환자를 위한 병상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 나아가 환자의 중증도 기준, 의료 자원 배분, 퇴원 기준의 지속적 보완과 수정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3) 거버넌스

코로나 대응 초기부터 확진자 수, 사망자 수, 정부의 대응 현황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정기적으로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제공되었다.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길이고,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는 자발적 참여가 핵심인데,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국민의 참여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럽국가들에 있어서도 팬데믹에 대한 준비와 대응 그리고 피해로부터 보건 및 사회체계를 회복하는데 있어서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Thomas 등, 2020).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은 그 영향 면에서 사회적 재난으로 볼 수 있으므로 질병관리청이나 보건복지부의 대응만으로는 부족하고 정부의 모든 부처가 협력하여야 한다. 재난에 대응한 경제부처의 역할도 중요했고 (예, 재난지원금), 범정부적 대응을 위해서 국무총리의 책임으로 콘트롤타워를 운영해온 것이 효과적이었다. 감염성 질환에 대한 대응은 일차적으로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코로나와 같은 새로운 질병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충분한 지식이나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중앙정부 차원의 기술적 리더쉽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지방정부에서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팬데믹과 같은 재난의 피해를 회복하는데 (resilient) 있어서 지방정부와 지방차원의 시민단체의 역할은 매우 핵심적이다 (김석호, 2020).

4) 전국민 건강보장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과 같은 전국민건강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 역시 팬데믹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Kwon and Kim, 2020).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치료 비용은 건강보험에서 급여로 제공하고 환자 본인부담금은 정부 예산으로 지급되었다. 진단 검사 역시 대부분의 경우 경제적 부담없이 받을 수 있었다. 이렇듯 검사와 치료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함으로서 국민들이 검사와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코로나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및 의료서비스를 신속하게 급여화, 코로나 영향을 크게 받은 취약 계층에 대한 보험료 감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병원에 진료비 사전 지불 등 건강보험제도의 역할이 컸다.


3. 노정된 고민들

그동안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비교적 잘 관리해 왔지만 여러 가지 고민들 역시 노정되었다. 지금까지는 코로나 사태를 위기 상황으로 보고, 사회적 합의보다는 신속한 대응에 치중했으나, 이제는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1) 취약층 보호, 프라이버시, 공공보건의료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노인층은 코로나에 매우 취약했고 특히 젊은 계층에 비해 사망의 위험이 훨씬 높음이 드러났다. 그림에서 보듯이 코로나 확진자의 수는 20대와 50대에서 많았으나 사망자 수는 60대 이상에서 훨씬 많았다 (그림 1). 그 결과 확진자 중 사망자의 비율인 치명률(case fatality)은 50대 까지는 거의 영(0)에 가까웠으나 60대부터 급격히 증가하여 80대 이상 인구에서는 20%에 이르렀다 (그림 2). 특히 코로나 사태의 초기에는 많은 나라에서 이러한 코로나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노인층에 대한 보호를 특별히 높이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층에서의 희생이 매우 컸다.


그림 1.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의 연령 분포

(자료원: 질병관리청, 2020년 10월 20일 0시 기준 누적자료)




그림 2. 
연령별 코로나 사망률

(자료원: 질병관리청, 2020년 10월 20일 0시 기준 누적자료)



또 우리 사회의 취약 계층이 많은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대기업의 근로자나 사무직 근로자들은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되어 있으나,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악화에 의해 실업의 위험에 노출되었다. 비대면 경제활동이 확대되어 배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배달종사자는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지역사회에 있는 복지 시설들이 닫히면서 장애인, 취약계층 등 복지서비스를 받는 국민들의 희생 역시 매우 크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인구당 병상 수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나라이지만 공공병원은 전체 병원의 10%에 미치지 못한다. 민간병원들은 감염의 위험 때문에 코로나 환자의 치료에 매우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전체 병원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공공병원(예, 국립의료원, 지방의료원 등)이 코로나 환자의 80% 이상을 치료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권순만, 2020a). 병상의 총량은 충분하지만 공공병상의 부족 때문에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병상의 부족을 끊임없이 걱정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공공병원 만으로 팬데믹에 충분히 대응하기는 어려우므로 민간의료공급자에 대한 경제적 유인 나아가 필요하다면 동원을 통해서 팬데믹에 대한 의료역량을 높여야 한다.

환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우리나라 방역 대책의 핵심적인 정책이다. 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의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폐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Kwon, Lee 등, 2020).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목적이 정당화 되더라도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나아가 확진자 동선이 공개됨에 따라 피해를 입는 개인이나 사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와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동선 파악과 정보 공개가 비록 법에 근거하고 있기는 하지만, 법률의 개정에 있어서 과연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충분히 거쳤는가 역시 의문이다.

코로나 초기에는 빠른 대응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코로나에 대응해 온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는 어떻게 노인들과 취약인구집단을 보호할지, 공공병원과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어떻게 확충해서 우리의 대응 능력을 높일지, 어떻게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할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들을 더 이상 모른채 할 수는 없다. 위의 고민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성찰을 하고 이를 토대로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코로나에 대응한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2) 큰 틀의 관점 부재

현실적으로 코로나는 종식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약화되면서 풍토병(endemic)이 되어 우리와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 인류가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한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은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사스(SARS) 이후 메르스(MERS)가 인류에게 피해를 미쳤고 이어 코로나 팬데믹이 왔듯이 코로나가 잠잠해 지더라도 또다른 팬데믹이 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백신과 치료약 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백신의 경우 유효성과 안전성의 문제, 또 백신이 생산되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빨리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되어 혜택을 줄지 예측하기 어렵다.

단기간에 코로나로부터의 영향을 없앨 수 없다면, 앞으로 어떤 지속가능한 대응체계를 갖추어, 코로나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즉 코로나 감염을 최소화하는 것과 감염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다르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노인층이나 기저 질환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코로나로 인한 직접적인 건강의 피해는 매우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자원을 코로나를 위해 총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목표를 정확히 합의하고, 우리가 감당할 만큼의 자원을 적재 적소에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 이외에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매우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의 종결이 어렵거나, 혹 종결하는데 따른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코로나 방역 정책이 경제와 고용, 빈곤, 사회적 관계 등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지금까지는 방역이 최우선이라는 기조였다면 이제 방역이 다른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우리의 보건의료체계와 경제사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acceptable) 수준의 위험을 받아들이겠다는 목표로 정책의 방향이 수정되어야 한다. 코로나 초기에 비해 그 동안 과학적 근거와 정책 경험이 축적되면서 코로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감당)능력이 높아지고 있음도 고려하여야 한다.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의 위험(risk)을 영(zero)으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함을 인지하고, 우리 사회가 감당할 만한 위험의 수준(Acceptable Risk)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4.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1)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효과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통해 감염이 확산되는 감염질환의 속성을 고려하면,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없애는 것은 감염병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접촉과 이동을 완전히 막는데 (즉 봉쇄하는데) 따른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비용을 감안하면, 중국과 같은 나라가 아닌 한 완전한 봉쇄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봉쇄 대신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적 거기두기를 완벽히 강제적으로 집행하는 것(enforcement)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또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실천이 핵심이고 이를 담보하기 위한 경제적 유인과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에서와 같은 완전한 봉쇄(lockdown)는 시행되지 않았으나, 방역 정책은 봉쇄를 시행했느냐 안시행했느냐 보다는 어느 정도의 강도로 시행되었는가를 연속선상에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Our World in Data 에서는 정부 방역정책의 강도를 11가지 차원에서 평가하여 복합지표를 제시하였다 (Government Response Stringency Index). 여기에 사용된 11가지 지표는 학교 폐쇄 (School closures), 직장폐쇄 (Workplace closures), 공공이벤트 취소 (Cancel public events), 집합제한(Restrictions on gatherings), 대중교통 중단 (Close public transport), 재택 (Stay at home), 국내이동 제한 (Restrictions on internal movement), 국제여행제한 (International travel controls), 공공캠페인 (Public information campaigns), 검사정책 (Testing policy), 확진자동선파악(Contract tracing)이다.

이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월 초 대구 경북 지역 신천지 교회에서의 대규모 확진자 발생 시기에 방역정책의 강도가 매우 높았고 이후 감소했으나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높음을 알 수 있다 (그림 3). 영국은 우리보다 지속적으로 강한 제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반면, 일본과 스웨덴은 비교적 일관되게 저 강도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방역정책의 강도가 확진자 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직 알기는 쉽지 않다. 또 방역정책이 확진자 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보다는, 각 정부가 확진자 수에 따라 방역 정책의 강도를 조정하는 측면도 있으므로 인과성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다만 일본과 스웨덴은 일관되게 방역정책의 강도가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겠다.


그림 3. 
코로나 대응 정부정책의 강도

(source: Our World in Data)



위의 자료원은 휴대폰의 위치 자료를 통해 이동량의 변화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방역정책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한 의도중 하나는 사람들의 이동과 접촉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동량의 추이와 방역정책의 강도를 비교하면 역시 둘 사이에 의미있는 관련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림 4). 방역정책의 강도는 4월 중순에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이동량은 3월 중순에 가장 낮아졌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9월 초에 다시 감소하였다. 따라서 국민들의 이동량이 방역정책에 반응하기 보다는, 3월 초와 8월 중순에 확진자 수가 급증한 것에 반응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높다.


그림 4. 
코로나 대응 정부정책의 강도와 인구 이동

(source: Our World in Data)



외국이나 국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를 분석한 대부분의 논문은 시뮬레이션에 기반하여,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람간 접촉을 줄인다는 가정으로 분석을 하고 있고 (Thundtroem 등, 2020), 또 이동량이 감소하면 당연히 감염이 감소할 것이라는 모형이어서, 사실상 예측모형으로 볼 수 있고, 실제 인간의 행태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여전히 드물다. 즉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순응하는지 (이동과 접촉이 얼마나 변화하는지), 단순히 사람들의 이동량이 바뀌는지 아니면 마스크 착용과 같은 개인의 위생 행태가 실제로 바뀌는지 등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경우는 드문 것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이동량이 감소하는 것 보다는 마스크를 더 철저히 착용하는 것이 감염확산의 감소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2)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편익

앞서 논의한 것처럼 사회적거리두기 정책이 과연 사람들의 이동량을 감소시키는지 그래서 이를 통해 확진자 수를 감소시키는지에 대한 실증적 근거들이 아직 부족하다. 우리나라 방역정책의 강도와 백만명당 확진자수 발생의 추이를 비교하면 둘 사이에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림 5). 물론 외국에서 만든 방역정책의 강도 지표가 우리나라의 실제 정책을 민감하게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한계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8월 중순에 사회적거리두기의 단계가 상향되었으나 Our World in Data에서 만든 방역정책 지표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5.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확진자 추이

우리나라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변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을 보면, 사회적거리두기를 8월 중순에 2단계로 상향 조정한 것은 확진자 수 증가 추세를 낮추는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 6). 통상 거리두기의 효과는 7-10일 이후의 확진자 추세에 영향을 미침을 고려하면, 8월 중순에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고 일주일 후에 평균 확진자 수는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9월 초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 (2단계에서 2.5 단계(강화된 2단계)로 상향) 것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책 시행후 7-10일 이후에도 확진자 추이에 특별한 변화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 6.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확진자 추이

(자료: 중수본, 2020년 10월 (생활방역위원회 회의 자료))



따라서 향후 과연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전반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이동량이 많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이동량이 적더라도 마스크 착용이 불완전한 것에 비해 확진자 수가 더 낮을 것이다. 정부의 강제적인 제한보다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행동 변화가 더 효과적이므로 (Jaimison 등, 2020)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시행에 있어서 규범적인 사고가 아닌 실증적인 사고를 통해 접근하여야 한다

모든 국민과 시설에 대해 동일한 사회적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는 것보다는 위험 요인에 맞추어 차별화된 정책이 더 효과적이다. 일괄 적용보다는 표적화된 (targeted) 정책이 코로나가 보건의료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효과적인 접근인데 (Acemoglu 등, 2020), 인구집단이나 시설의 특성이 다르고 코로나 위험요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인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 방문판매 시설, 콜센터, 종교시설 등은 위험요인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력한 거리두기가 필요할 것이다.

위험도 뿐 아니라 해당 인구집단 혹 시설이 사회적거리두기 정책을 실천하는데 따른 비용이 다를 수 있음도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감염위험도 뿐 아니라 정책순응도 또한 같이 고려하고 국민들의 참여와 수용성을 감안해야 한다. 장기간 사회적거리두기가 계속되면 국민들의 피로도가 커져서 정책순응도는 당연히 낮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3월에 효과적이었던 사회적거리두기 정책이 지금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3)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비용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사회에 많은 비용을 야기한다. 코로나 이후 한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데, 예를 들어 올해 들어 고용률의 감소는 IMF 경제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수형, 2020). 사회적 거리두기는 경제활동을 크게 위축시키는데 특히 영세자영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고 따라서 고용률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건강은 의료서비스 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고 특히 소득과 고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함을 고려하면, 실업 증가, 고용 감소, 소득 감소, 빈곤 증가와 같은 경제상황의 악화는 미래에 국민의 건강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다.

코로나 유행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의 결과로 실업이 증가함에 따른 조기사망(premature death)과 실업자의 기대수명 손실을 분석한 최근의 스웨덴 연구에 따르면, 20세부터 64세 사이 경제활동인구 중 약 100,000명의 실업자 증가는 향후 9년간 약 1,800명의 조기 사망을 유발하고 실업인구의 기대수명은 평균 약 2년이 손실될 것으로 추정되었다 (Rosen and Stenbeck, 2020). 코로나로 인한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젊은 인구(경제활동 인구)에 대해 중장기적 실업에 의한 조기사망 위험을 고려한 공중보건 정책의 필요성을 강력히 시사한 위 연구는, 고용률이 급속히 감소하고 그 피해가 특히 젊은 인구에 집중되고 있는 우리나라에 큰 함의를 제공한다.

방역을 우선시하여 학교를 닫고 인터넷 강의로 전환하는 것 역시 매우 큰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 현실적으로 인터넷 강의가 대면 강의보다 덜 효과적이인데, 특히 아직 준비와 경험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교육이 인적자본 개발의 핵심적인 요소임을 고려하면 학교가 닫힘에 따라 인적자본의 손실이 야기되고, 사회경제적 수준의 차이에 따른 학생들의 학력 격차 또한 커질 것이다. 나아가 학생들이 집에 있음에 따른 돌봄의 문제, 여성의 부담 증가 등 역시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다. 유럽의 경험을 보더라도 전체 확진자의 5% 미만이 18세 이하 연령이고, 학교에서 감염이 많이 발생한 사례는 드물고, 학교에서 학생들간 감염이 전파된 경우도 매우 드물어서, 학교를 닫는것이 방역에 도움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European Center for Disease Prevention and Control, 2020).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코로나가 아닌 다른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의료이용에 장애가 발생한다. 기존의 보건의료기관 특히 공공병원이나 보건소 등에서는 코로나에 대비하느라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치료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고, 환자들이 감염이 두려워 의료기관 방문을 꺼릴 수도 있다. 사회적거리두기 이후 활동이나 운동의 감소로 인해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고,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 건강이 악화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자살생각의 비율이 2년전 4.5%에서 올 9월에는 14% 로 대폭 증가했고 특히 20대의 경우 20%에 이른다는 최근 연구결과는 심히 충격적이다 (보건사회연구원, 2020).

영국 잉글랜드, 웨일스 지역 2015-2020 사망자 자료를 이용해 5년 평균 사망과 2020년 사망에 대한 이중차분(DID) 분석을 실시한 연구는, 매주 평균 1000 여 명의 코로나가 아닌 환자들의 (예년보다 높은) 초과사망이 발생함을 보였고, 그 원인으로는 병원 방문에 따른 접촉감염이 두려워 치료를 지연함에 따른 사망, 치료 우선순위가 밀려서 치료지연에 따른 사망, 재정적, 보건환경적 스트레스와 불안에 따른 영향, 가정폭력, 활동 부족 등을 지적하였다 (Vandoros, 2020). 영국에서는 단기간의 봉쇄조치로도 암환자의 치료가 약 84% 감소하였는데, 봉쇄조치로 인한 치료지연이 25% 일 경우, 181명의 생명과 3,316 Life-year 손실, 50%의 지연은 361명의 생명과 6,632 Life-year 손실을 야기할 것으로 추계하였다 (Sud 등, 2020). 이 수치는 봉쇄조치가 길어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코로나가 아닌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의료역량을 확충하고 코로나와 타 질환의 치료 우선순위가 잘 조율되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그 악영향이 미래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나므로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매일 매일 발표되는 확진자 수에는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편익과 비용을 균형있게 고려하는 관점이 부족한 것이 안타까운 실정이다. 또 안정된 직장과 경제수준이 높은 계층은 사회적거리두기의 피해를 별로 입지 않은 반면, 취약한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저소득층 자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해를 훨씬 많이 입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화는 우리사회의 형평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5. 지속가능한 정책의 방향
1) 방역, 보건의료, 사회, 경제 정책의 연계

방역정책과 보건의료, 사회, 경제 부문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고려하여 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다. 사회적거리두기를 강하게 하면 확진자 수가 감소하여 단기적으로는 의료비용이 감소될 수 있더라도 실업, 도산, 빈곤에 의해 경제가 침체되고, 이는 국민건강을 악화시켜 장기적으로 의료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다. 반면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과 의료인력을 확충하여 보건의료체계의 대응역량을 높이면, 사회적거리두기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어서 경제,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 두가지 대안 중, 의료체계의 역량을 높여서 방역정책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를 조금이라도 낮추는 것이 사회적으로 훨씬 더 비용-효과적이다.

나아가 전체 병원의 10%에 못미치는 공공병원 만으로는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역량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인구당 병상 수는 많은데 중환자치료 병상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은 왜 발생할까? OECD 국가중 우리나라의 민간병원 비중이 가장 높은데, 공공병원에 주로 의지해 코로나 (중)환자들을 치료하려고 하니 병상 부족이 어쩌면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공공의료기관과 인력 확대를 통한 공공의료역량 강화가 장기적으로 가장 본질적인 해결책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공공과 민간 병원이 모두 건강보험제도에 당연지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민간의료기관이 코로나 중환자치료에 극히 저조하게 참여하는 현실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의료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빨리 중환자 병상을 더 늘려야 하는데 병상의 확충과 함께 의료인력 특히 중환자실 간호인력의 확보가 중요하므로 중환자를 돌볼수 있는 간호인력을 훈련하고 경제적 보상을 높여야 한다. 장기적으로 공공부문에서 일할 의사인력도 확보하여야 하는데 지금처럼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는 (OECD 국가중 인구당 의사수 최하) 아무리 공공병원에서 의사 월급을 올린다 해도 의사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즉 전체 의사 수를 늘린다고 자동적으로 의사 분포(공공병원의 의사 확보)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는 의사의 분포를 개선하는 것이 훨씬 어렵거나 불가능함을 인식하여야 한다.

학교와 복지시설은 가능한 닫지 말아야 한다. 학교를 닫고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감염자 수 감소에만 초점을 맞춘 매우 근시안적 정책으로서, 이것이 인적자원개발과 사회적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초등학생이나 중등학생의 경우 코로나에 감염되는 경우가 매우 낮고 사망률이 거의 영(zero)에 가깝다. 또 실제로 학교를 닫더라도 학생들이 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외부이동량에는 별로 변동이 없고 오히려 감염의 위험이 더 높은 시설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서 (최승주, 2020), 실제 학교를 닫는 것은 감염의 방지라는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다.

지역사회에 있는 복지시설 역시 늦게까지 열어야 한다. 지역사회에 있는 공공시설을 닫는 경우 장애인, 노인, 취약계층 등 복지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은 큰 피해를 받는다. 지역사회의 복지시설을 닫으면 오히려 더 위험한 시설을 방문함에 따라 감염이 더 증가할 수 있으므로,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복지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 사회의 여러 부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적 분석에 기초하여, 여러 정책들을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fine tuning) 필요하다.

2) 방역과 보건의료정책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획일적인 방역정책은 수용성이 낮고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에, 위험도 평가(Risk assessment)에 근거한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 위험도 평가의 결과에 따라 고위험 시설과 고위험 인구 집단을 집중적으로 보호하면, 저위험 시설과 저위험 인구집단에 대해서는 방역 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전반적인 이동이 감소하는 것보다, 감염의 위험이 높은 곳에서 위험을 잘 관리하는 것이 확진자 수를 낮추는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Chang, Person 등, 2020).

지역별로 위험도와 제반 여건이 다르므로 지자체별로 위험에 따른 차별화된 대응 정책이 채택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팬데믹이나 사회적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역량 강화 그리고 정치적 책임과 함께 하는 것이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사회의 실정에 맞게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코로나 감염의 위험도 평가와 함께 시설과 인구집단의 정책 순응도도 평가되어야 한다. 즉 정책을 따르는데 (정책에 순응하는데) 따른 비용(어려움)이 시설이나 인구 집단 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업특성이나 주거환경의 특성상 정책의 순응 비용이 높다면 정부가 보조를 해주어서 비용을 낮추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할 유인을 높여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역시 필요하다. 영세사업자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업손실을 보상해 주지 않고 그들의 참여를 기대할 수는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직장에서 유급병가를 제공하는 것이 전반적으로 미비하고, 그렇다고 건강보험에서 상병수당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OECD 국가중 공적 상병수당제도가 없는 몇 개 국가중 하나이다 (임승지 등, 2019).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러한 사회적 안전망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는데, 질병으로 인한 소득손실을 보장하는 상병수당이 도입된다면 팬데믹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근로자의 건강한 생산능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리라 기대된다.

3) 확진자수가 아닌 중증환자수에 기반한 정책

대부분의 코로나 확진자는 경증이어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약 15% 정도이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환자는 약 4%이다 (김윤, 2020). 따라서 단순히 총 확진자 수가 몇 명인가보다는, 노인확진자나 중증치료가 필요한 확진자의 비율이 중요하다. 현재 의료체계에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가가 중요하므로, 코로나 대응 정책 역시 의료체계의 여력 기준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즉 확진자의 절대적 숫자보다는 확진자의 특성 그리고 확진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상 등의 여력이 중요한 정책 요소인 것이다.

현재는 중환자 치료 역량이 있는 공공병원이 부족하므로 코로나 전담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이 140 여개에 불과한데, 이를 400개로 늘린다면 최대 1천 여명의 피크발생곡선까지도 감당이 가능하다는 것이 코로나 중앙임상본부의 추계이다 (주영수, 2020년 10월). 하지만 병상의 여력은 단순히 병상의 숫자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 중증도와 치료 경험을 토대로 입원 및 퇴원 기준을 지속적으로 수정하여 병상의 여력을 늘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코로나 환자의 퇴원 기준이 너무 엄격한데, 이를 현실에 맞게 완화하면 여유 병상의 수가 늘어나서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체계의 여력이 높아질 것이다.

4) 위험 소통 (Risk Communication)

지금까지는 주로 코로나가 얼마나 무서운 감염병인가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리는데 많은 촛점이 맞추어져 왔다. 이러한 메시지 전달은 국민들이 개인 방역수칙을 지키고 일상생활에서 조심함으로써 확진자의 수를 줄이는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의 위험을 실제보다 높이 평가하고 인지하는 것의 부작용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의 위험을 과대 인지하면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건강이 크게 악화되고 자살이 증가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보건사회연구원의 서베이 결과처럼 코로나 이후 자살생각이 크게 증가한 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것이다. 코로나의 위험을 너무 높게 인지한다면, 코로나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지내면 충분함에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오해하게 만들고, 퇴원할 수 있는데도 과다한 걱정 때문에 퇴원하기를 꺼린다면 병상 여유를 줄이므로 의료역량을 높이는데 제약이 된다.

따라서 국민들이 코로나와 관련된 위험을 과대 인지하거나 과소 인지하는 것의 부작용을 공감하고, 그 위험을 정확하게 인지하도록 하는 것을 risk communication 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현재의 방역 정책이 우리 사회의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고 사회 경제적으로 큰 희생이 수반됨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의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더라도 치명률은 낮기 때문에, 노인과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의료체계가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 여력만 갖춘다면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세지도 전달해 주어야 한다. 코로나 위험을 영(zero)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속적으로 의료 역량을 높여서 코로나의 위험을 수용(Acceptable Risk) 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효과적인 risk communication 이 시급하다.

국민들이 코로나 위험에 대해 매우 높게 인지하는한, 정부는 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편익과 비용을 모두 고려하기 보다는, 국민들로부터의 비난을 최소화하는 정책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지 않아서 확진자가 증가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실제로 그 인과관계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강한 비난을 하는 반면, 사회적거리두기 단계를 낮추어서 경제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이 감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관심을 덜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서 (경제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생기더라도) 국민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확진자 수를 조금이라도 더 낮추려 할 수 있다. 국민들이 코로나의 위험을 과대 인지하는 것이 지속되는 한, 정부는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여서, 확진자 수 증가에 따른 비난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5) 정책 거버넌스: 과학과 숙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 나아가 구체적인 거리두기 개별정책들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축적함으로써 실증적 근거에 기반하여 정책이 결정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정책들(예, 대중교통, 식당과 카페, 학교, 시설)의 효과에 대한 고민이나 실증적 근거없이, 사회적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면 확진자 수가 감소한다는 규범적인 시각, 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과 편익에 대한 고려보다는 확진자 수에만 초점을 두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나아가 과학적 근거만으로 정책결정을 하는 것은 한계가 존재한다. 코로나 확진자 수를 영(zero)으로 만들 수 없고, 또 확진자 수를 지속적으로 최소화 하기 위한 방역정책과 사회적거리두기의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과연 우리 사회의 여건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수준으로 방역 정책의 강도를 유지할 것인가는 우리 사회가 토론하고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자와 의과학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과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지속적으로 산출하여야 한다. 또 사회과학자와 경제학자 등은 여러 정책과 사회적거리두기가 우리 사회와 경제에 주는 효과, 편익과 비용 등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나아가 이렇게 제시된 과학적 근거들을 기초로 과연 어느 정도의 위험을 우리 사회가 수용할 것인가는 사회적 가치판단의 문제로 귀결된다.

예를 들어, 대기오염이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대기오염을 대폭 줄이고 건강을 대폭 향상시키기 위해서 모든 자동차 운행과 생산시설의 가동을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처럼 코로나 역시 방역정책이 코로나 위험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뿐 아니라 우리의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거를 바탕으로, 어느 수준의 방역 정책을 할 것인가를 선택하여야 한다. 이러한 가치 판단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참여하고 숙의(deliberation)하며 공론화를 통한 우선순위 결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팬데믹정책 거버넌스이다.

코로나 대응정책도 궁극적으로는 현대 사회가 필연적으로 직면하는 사회적 위험을 어느 수준까지 수용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과학적 근거와 함께 사회적 가치판단을 피할 수는 없다. 어떻게 팬데믹 그리고 팬데믹의 위험과 함께 살 것인가는 (co-existence), 과학의 차원을 넘어 acceptable risk에 대한 가치판단과 사회적 합의의 문제이기 때문에 과학과 숙의, 근거와 가치판단이 모두 필요한 것이다.


6. 맺는말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코로나 방역이 최우선이라는 목표를 통해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도록 관리하였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원래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고 있어서, 지금까지 해 온 방식으로 우리의 모든 자원을 총 동원해 코로나 대응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음이 분명하다. 또 외국에서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가 바뀌지 않는 한, 개방경제체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코로나가 종식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냉철하게 돌이켜보고 지속가능한 전략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정부는 사회적거리두기가 과연 어떤 효과가 있는가에 대한 실증적 근거 없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 격상이 사람들의 이동과 접촉을 줄이고 이것이 확진자 수를 줄일 것이라는 규범적 사고에 의존해 정책을 시행해 왔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영세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교육, 복지, 사회체계에도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특히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에게 큰 부담을 줌으로써 형평성을 심각하게 악화시키고 있다. 행위 주체로서 인간이 어떤 경제적 유인/절박함과 심리/사회적 요인을 가지고 실제로 어떻게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대응/순응/반응하는지를 고려해야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사회경제적 비용이나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실증적 근거에 기초한 매우 신중한 정책결정이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에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방역, 보건의료, 경제, 사회 정책이 밀접하게 연계됨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확진자 수가 아닌 의료체계의 역량(특히 중환자 치료 병상과 인력)을 중심으로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코로나의 위험을 과소하게 혹은 과대하게 평가하지 않고, 실제 위험을 정확하게 인지하도록 정부의 risk communication 전략이 바뀔 필요가 있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나갈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우리의 목표는 코로나의 위험을 영(zero)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의 위험을 acceptable 한 수준에서 받아들이고 관리하는 것으로 전략이 수정되어야 한다. 과학적 근거와 함께 국민들의 참여를 통해 acceptable risk에 대한 숙의가 필요하고, 동시에 보건의료체계의 대응능력을 키워서 위험을 수용할 수 있는 우리사회의 역량을 높이며 과도하게 방역정책에 의존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사회적 거리두기와 대응정책이 경제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팬데믹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고, 이럴수록 지금까지의 정책에 대한 분석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방역을 넘어서 큰 틀의 관점이 필요하고, 어떤 정책이 왜 성공 혹은 실패했는가에 대한 실증적 분석과 함께, 참여를 통해 논의하고 성찰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정책을 도출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이번 코로나 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미래의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와 시장과정부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자료정리에 수고해준 문주현 조교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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