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itute of Health & Environment Seoul National University

Current Issue

The Korean Journal of Public Health - Vol. 55 , No. 1

[ Article ]
The Korean Journal of Public Health - Vol. 54, No. 2, pp.13-20
ISSN: 1225-6315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20 Dec 2017
DOI: https://doi.org/10.17262/KJPH.2017.12.54.2.13

생활화학물질의 건강영향평가 방안 제언: 역학조사 체계를 중심으로
성주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How to Assess the Health Effects of Household Chemicals: An Epidemic Investigation System
Joohon Sung*
Graduate School of Public Health, Seoul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 *Joohon Sung (jsung@snu.ac.kr, 02-880-2828) Graduate School of Public Health, Seoul National University, 1 Gwanak-ro, Gwanak-gu, Seoul 08826, Korea


Abstract

Our daily lives get more and more dependent on numerous household chemicals, which provide humans with cleanness, better hygiene, and easiness. Most chemical compounds are introduced to market after qualifying the toxic safety standard based on toxicological tests. Human xenobiotic metabolisms have never been adapted to this deluge of new chemical compounds so that it is inevitable some proportion of individuals are highly susceptible to them. Growing body of evidence indicates that the conventional system for chemical safety would not prevent incidents or evaluate health effects as epitomized by the humidifier disinfectant disasters or egg insecticide scandals. Here an effective and efficient system is proposed for evaluating health effects from household chemicals, utilizing existing data or survey systems in Korea. Some regular national statistics such as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and large genome cohorts such as Korean Genome Epidemiology Study are particularly useful to quickly and accurately assess the health effects from and susceptible population to chemical compounds of interest. Collaborative and interdisciplinary approaches are a must to transform the current chemical system toward an evidence-based system.


서론

계란과 생리대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는 이미 가습기살균제로 참사를 겪고 있고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구조를 이해한다면, 화학물질의 안전문제는 점점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며 보건학적인 문제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생활화학물질의 안전이 반복해서 사회적인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필연적인 또 불가피한 문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만 해마다 1,000 여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출시된다. 1 기존 화학물질이 새로운 제품이나 용도로 생활에 침투하는 예는 더욱 부지기수다. 같은 화학물질이라도 이렇게 다른 용도나 제품으로 탈바꿈하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건강 위해 (risk)는 용량 (dose)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독성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Paracelsus가 말하였듯이 약이냐 독이냐는 단지 용량의 문제일 뿐이다.2 용량이 특히, 인체 내로 흡수되는 내재적용량 (internal dose)이 바뀐다면 별다른 해로움 없이 생활에 편의를 주었던 화학물질들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서 생활화학물질을 없앨 수 있을까? 개인의 결단으로 화학물질 사용을 최소화하는 생활방식을 선택 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선택이 대다수를 위한 정책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편리하고 청결한 생활을 위해 우리가 화학물질에 의존하고 있는 빚은 상상이상으로 크다. 합리적인 관리가 정책적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다. 즉, 정확하고 신속한 건강영향평가를 바탕으로 안전한 화학물질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화학물질관리체계는 위해도 평가와 건강영향의 평가 등에서 새로운 문제에 대응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이는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나라가 닥친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3

이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기존의 위해도평가 (risk assessment) 체계가 다루지 못하는 문제는 무엇이며, 이러한 한계는 몇 가지 사안들에서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둘째, 건강영향평가는 가능하며 어떤 방법으로 수행될 수 있는가? 셋째, 화학물질에 대한 건강영향평가가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서 어떠한 절차와 체계에서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이 글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향후 발전적인 논의의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


화학물질의 건강영향의 구조 – 약물과 화학물질

건강영향과 관련해서는 우선, 약물과 관련된 과학적 사실에서 출발하는 것이 시사점을 준다. 전혀 동떨어져 보이는 약물의 예를 드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1) 약물과 화학물질은 인체에서 대사되는 경로가 매우 유사하다. 인체 스스로 만들어낸 물질이 아니라는 점에서 외래생체물질 (xenobiotics) 대사체계인 cytochrome p450 등을 통해서 1차로 대사가 이루어지고, 2차로 체내배설을 위한 효소체계가 가동되어 최종적으로 인체에서 빠져나간다. 2) 약물에 대한 연구는 막대한 연구투자가 이루어져 있고, 매우 상세한 기전이 밝혀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약물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화학물질의 건강영향평가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3) 약물의 부작용평가를 위한 DB와 방법론들이 화학물질의 건강위해성 평가에 활용될 수 있으며,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연구성과를 반영할 수 있다면 생활화학물질의 건강영향평가에도 매우 강력한 연구방법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약물의 체내 농도는 생활화학물질에 노출되었을 때의 일반적인 농도에 비해 수천-수만배 이상 높은 경우가 많아서, 이러한 차이를 명확히 감안한 비교가 필요하다. 또, 약물의 경우는 전임상 단계 및 임상실험을 통해서 사전에 부작용의 발생확률이 높은 “위험”약물은 거의 대부분 제거된다는 점도 큰 차이이다. 생활화학물질은 “복용“이 아니라 우발적인 경로로 인체에 흡수되기 때문에, 약물과 같은 집중적인 부작용평가를 거치지 않는 점도 큰 차이이다. 전임상 단계 (독성실험 및 동물실험)에서 통상 1,000개의 후보물질 중에 단 1개만 임상실험으로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유해물질은 걸러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약물부작용은 이러한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건강문제라는 점과, 생활화학물질은 대부분 의도하지 않은 혹은 우발적인 노출을 통한 소량 흡수 (흡입이나 복용, 피부접촉 등) 이지만 사전 검증과정은 훨씬 더 느슨하다는 차이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인류는 진화과정에서 기아와 질병에는 유전적으로 어느 정도 단련이 되어있다. 특히, 소아나 젊은 연령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은 관련된 유전자가 매우 빨리 ”정화“된다(purifying selection). 이러한 과정은 수십만년에 걸쳐서 이루어 졌기 때문에 인류는 매우 드물 확률로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는 한, 치명적인 질병에는 잘 단련된 유전적 체질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화학물질과 약물은 공히 인체가 처음 겪는 문제이다. 즉, 수십만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화학적 환경이 최근 수십년 사이에 갑자기 생긴 것이다. 비유를 들자면, 하루 24시간 중 밤 11시 59분까지 잘 지내던 환경에서 갑자기 마지막 1분에 새로운 곳으로 옮겨져서, 각종 화학물질에 마구 노출시키면서 누가 과민반응을 보이는지 묻는 것과 같다. 인류의 유전적인 체질이 형성되는 시기와 전혀 다른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무작위로, 또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화학물질에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매우 큰 시사점을 주는 결과가 약물유전체와 관련된 최근의 자료이다. 약 300종이 넘는 약물유전체 (pharmacogenomics) DB가 구축되어 어떤 유전형을 가진 사람이 어떤 약물에 비교적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제시한 DB이다. 이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매우 엄격한 과정을 거쳐 승인된 약물의 경우도 적게는 0.1 많게는 10% 가까운 사람들이, 대사능력이나 수용체반응 등에서 다른 사람에 비해 취약하여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을 갖는 다는 점이다. 또, 거의 100%의 사람이 1-2개 정도의 약물에 대해서(물론 사용할 필요성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취약한 반응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기본적으로 약물에 대한 반응과 화학물질에 대한 인체반응기전은 동일하다. 단 화학물질은 매우 낮은 농도에서 노출이 된다는 점이 위안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검증과정이 훨씬 더 부족하고, 약물과는 다르게 의도하지 않은 노출이 빈번히 발생하며, 종류와 범위가 훨씬 더 넓고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잠재적인 위험도에서 전혀 더 적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현행 위해성평가의 문제점

현재 화학물질, 특히 생활화학물질에 대해서는 물론 관리체계가 있고, 나름대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무부서인 식약처에서 독성평가를 위해성평가 방식을 통해 다루고 있으며, 농수산 식품의 경우는 농수산부가 식품의 안정성에 대한 분석을 주관하고, 실내공기오염의 범주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환경평가와 건강위해성 평가를 담당한다. 상당히 많은 영역의 문제를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과 국민의 건강에 대한 눈높이에 비추어 보면 문제들이 발견된다. 첫째, 위해성 평가 자체가 이미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위해성평가는 개별물질의 독성을 추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나, 자료의 제한이 있고 (승인단계의 기초독성검사에 근거) 많은 가정을 전제로 안전한 값을 제시하고 있으며, 평균적인 위험도 추정이 목표이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노출, 취약계층, 혼합물의 위해성평가 등에서는 답을 제공하기 어렵다. 계란살충제사태에서 영유아에 대한 답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둘째, ”건강영향“이 빠져있다. 많은 사람들이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한 개념이 위해성평가와 건강영향평가의 구분이다. 위해성평가가 신약의 전임단계 중에서도 가장 초반의 ”screening test” 수준이라면, 건강영향평가는 최종임상시험 단계에 해당이 된다. 신약후보 중 1/1000만 임상시험에 들어가듯이, 모든 문제가 건강영향평가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문제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제대로 된 건강영향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가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건강영향평가는 역학조사를 기본으로 하고, 주요 질환인 암이나 심혈관질환, 당뇨 등과의 관련성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역학조사체계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 더 자세히 언급하고자 한다. 셋째 중요한 문제들일수록 관할이 중복되거나 누가 다루어야 할 지가 불명확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잔류농약을 농수산부와 식약처가 다룬다면, 잔류항생제는 누가 다루어야 하는지. 조류독감으로 살처분이 내려진 후의 환경오염과 주민들에 미치는 건강문제는 누가 다루어야 하는지 등은 불명확하다. 중복되는 문제에 대한 협력구조가 미흡한 것도 중요한 문제이다. 넷째, 통일된 대국민 홍보가 부족하다. 단 위험도 소통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나, 본 고찰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다른 분의 논의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다섯째, 평균적인 위험도를 평가하는 방안으로서 한계를 지닌다. 약물유전체 연구의 최근 결과가 제시하는 것은 화학물질에 대한 건강영향에서 “평균”이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문제가 없는 사람과 일부의, 화학물에 따라서는 제법 많은, 취약한 사람으로 구분되는 것이 기본법칙이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화학물질의 대사능력이 대사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4 이러한 문제구조가 기본적으로 현행 위해성평가에서는 다루어지지 못한다. 하지만, 향후 후진국형의 고농도 노출이 아니라면 모든 생활화학물질에 의한 건강문제는 유전적-생리적으로 취약한 소수의 사람에서 발생할 것이다. 현행위해성평가가 다루지 못하는 영역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건강영향평가를 위한 역학조사는 어떤 시점에서 수행되어야 하는가?

생활환경물질의 건강영향평가는 직접 인체에 대한 건강영향 특히 질병발생에 대한 위험도 평가를 의미한다. 우선, 건강영향평가는 사람에 대한 직접 조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독성시험이나 동물실험에 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해서, 선택적으로 수행이 되어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 선택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Figure 1은 유해화학물질의 노출에서 건강영향에 이르기까지의 중요한 단계를 개념화한 것이다. 노출원 자체의 관리가 최선이지만, 많은 경우 불가피한 노출이 있고 과거시점에 이미 노출이 된 문제들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이 단계에서 기존에 알려진 독성에 근거한 위해도평가와 노출평가가 이루어지게 된다. 일반적인 현행위해도 평가는 그림 1에서 노출원 관리와 인체내 농도평가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이상의 위해도가 의심되거나, 혹은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염려가 높을 때는 직접 인체 노출량의 생물학적 모니터링이 시작되어야 한다 (인체 농도평가). 매우 노출이 많이 되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들에서 실제 인체 내에 유해물질 혹은 그 대사체가 검출되지 않는다면, 실제로 건강영향에 대한 논란은 여기서 종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계란살충제 사태 때에 사람들에게 살충제 혹은 그 대사물이 체내에 검출되지 않았다면 더 이상 건강문제에 대한 논란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화학물질 대사과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독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며, 관련된 연구가 동반 또는 선행되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문제는 가장 마지막 단계인 사망과 질병발생이 발생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놓치고 있었다. 환경적인 문제가 원인으로 의심될만한 질병과 질환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역학조사가 시작되어야 한다. 이 경우에는 원인 화학물질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 만큼, 거꾸로 화학물질 혹은 다른 환경 위해요인을 확인하는 작업과 함께 역학적 관련성 평가가 병행되어야 한다. 만약 화학물질의 안전이 먼저 문제가 되고, 인체에서 (혈액과 소변) 일정량 이상의 유해화학물질 혹은 그 대사물이 검출된다면 이때는 역시 역학조사가 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선제적 예방적인“ 역학조사를 통해 생활화학물질의 관리방안을 결정할 수 있다. 정책적 결정과 관리방안은 역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해야 한다. 전염성 질환의 역학적 근거가 확인되면, 병원성이 의심되는 모든 요인들을 격리시켜야 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이다. 병균이 동정되고 그 독성기전이 확인되기를 기다려 격리와 검역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역학적 관련성이 확인되는 시점에서 ”action“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5


Figure 1. 
생활화학물질이 인체에 건강피해를 입힐 수 있는 단계와, 각 단계에서의 대응.

일반적으로 역학조사는 문제의 성격에 따라 매우 상이한 접근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전염성질환과 같이 잠복기가 짧고 증상과 질병의 확인이 빠른 시간 내에 용이한 경우에는 단면조사의 형태를 통해서 대부분의 문제가 확인된다. 반면, 발암성에 대한 역학조사는 매우 다른 형태를 취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과거시점의 노출이 문제가 된다. 단면조사는 매우 제한적인 정보만을 제공하고 결론을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발암성에 대한 역학조사에서는 우선 암의 초과발생이 있는지를 먼저 한국인의 평균암발생률과 비교하여 평가를 하게 되고, 실제로 암에 걸린 사람들이 의심되는 노출이 더 많았는지를 단면연구를 통해 일차 평가하게 된다. 발암성이 잘 알려진 요인이라면 노출평가가 관련성평가를 가름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발암요인이 불명확하고, 노출평가도 어렵다면 영구미제로 남게 되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문제만 쟁점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생활화학문제에 대한 역학조사는 어떤 연구설계와 내용을 담게 될 것인가? 우선, 질병이나 사망의 발생이 먼저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문제와, 노출원인 화학물질이 먼저 문제가 되는 경우로 대별될 것이다.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문제는 환경문제에서는 비교적 특이한 경우이며, Thalidomide의 악물부작용으로 심각한 기형이 먼저 보고된 후에 관련성이 확인되었던 것과 유사하다. 이런 경우에도, 특이적인 건강영향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특이적인 건강영향이 있는 경우라면 6 바로 환자-대조군 연구 혹은 단면조사에서의 오즈비 평가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7

질환과 건강피해가 제기되었고 의심의 여지가 있으면 (Figure 1의 3) 역학조사가 개시 되어야 한다. 3의 문제제기가 없는 시점이라도 노출원의 원천 관리가 어려울 경우, 노출에 의한 인체 내 농도평가가 선행되어야 하며, 인체 내 농도가 알려진 혹은 의심되는 독성작용의 가능성이 있을 때 선제적인 역학조사가 실시되어야 한다.

반면 특이적인 건강영향이 아니라면 우선 환자군의 정의에서부터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비특이적인 경우라도, 이렇게 질환자 사망자가 있는 경우는 직접적인 건강영향평가가 가능한 역학설계가 대안이 될 것이다. 반면, 원인물질에서 시작되어 건강영향이 의심되는 경우의 역학연구 설계는 생체지표를 통한 분자유전체역학적 접근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간 추적된 대규모의 자원은행을 갖춘 코호트가 필요하다. 질병발생까지 추구관찰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새로 조사되는 모든 정보가 이러한 체계를 염두에 두고 장기 보관이 이루어져야 함도 필수적이다. 또한, 질병발생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실현 가능한 역학조사 체계의 제안

일반적인 역학조사가 ”민원“에 대한 대응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어느 지역에서 주변 산업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인해 주변 마을에 암과 피부병이 발생했다는 민원이 발생하면, 정확한 실태파악을 위한 역학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역학조사는 대부분 사후대응의 성격을 가지며, 일회성이다. 환경문제의 특성상 관련성을 확인하거나 관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낼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환경오염이나 화학물질에 의한 건강피해는 대부분, 저농도의 노출이며 위험도의 증가도 흡연, 음주, 유전요인 등에 비해 매우 작은 편이고, 장기적인 누적노출에 의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회성의 단면조사로 수백명 혹은 수천명의 조사가 진행되어도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문 것은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일이다.

반면에, 생활 화학물질의 건강영향에 대한 선제적-예방적인 차원의 역학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기존에 구축되어 있는 대규모의 자료원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대전제이다. 또, 이를 활용하기 위한 다학제적 접근과 부처간 협조가 필요하다. 기존에 각 기관에서 축적된 자료와 조사체계 등을 활용할 때에 매우 효과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지만, 현재는 산재되어 있고, 예를 들어, 건강영향평가에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국립보건원이 관련기관과 업무분장 목록에서 빠져있다. 각 부처와 기관에 산재된 자료와 자원들을 엮어서 하나의 역학조사 체계로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리더쉽이 필요하며 필요성을 공감한 긴밀한 부처간 협조도 필요하다. 먼저, 어떠한 자료원들이 새로운 선제적-예방적 역학조사에 활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건강영향평가와 역학조사에 활용될 수 있는 잠재적인 자료원들은 주로 1) 폭넓은 역학-식이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 2) 생체시료가 확보되어 있거나 가능할 것 3) 질병발생정보를 추구조사 할 수 있는 기본동의가 갖추어져 있을 것 (혹은 갖출 수 있을 것) 4) 가능하면 생활환경노출 평가에 도움이 되는 정보 (식이, 거주지, 직업, 생활양식 등)를 가지고 있을 것 등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우선, 한국인을 대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국건영“)가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질병관리본부가 주관하고 있으며, 매년 8천명 이상의 한국인을 대표하는 사람에 대한 상세한 조사가 이루어지며, 최근에는 시료의 모집과 참여자의 장기추구조사 체계까지 갖추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인의 대표성을 가진 자료라는 점에서는 국건영은 장점을 가진다. 예를 들어 계란 살충제 사태에서 ”국건영“자료 중 달걀을 가장 많이 먹는 100명에게 살충제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면, 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결과를 자신 있게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전체코호트 및 기타 대규모 생체시료를 동반한 코호트

다음으로, 우리나라에는 이미 대규모의 질병발생연구를 위한 코호트가 구축되어 있다. 질병과의 관련성 평가에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가“를 평가할 수 있는 초점이 맞추어지려면, 기존에 구축되어 질병발생을 10년이 넘게 추구조사하고 있는 코호트의 활용이 가장 긴요하다. 특히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유전체센터)가 2003년부터 구축한 유전체코호트 (20만 명 규모)는 대표적이다. 현재 중요한 역학자료에 대한 공개가 시작되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생활화학물질의 안전을 위한 역학조사에 활용될 수는 없다. 질병이 발생한 사람들이 아직 건강할 때 제공한 혈액에서 역학조사의 대상 화학물질이 어느 정도 검출되는지가 핵심이다.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보다 농도가 높은지가 관련성평가의 기준이다. 과거에 어떤 경로로 노출되었는지를 파악할 수는 없고, 세세한 화학물질의 사용기록을 확인할 수는 더더욱 없다. 이러한 정보를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체내에 흡수되어 남아 있는 체내 농도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우선, 질병이 발생한 사람들의 과거시점 시료는 다시 확보할 수 없는 희귀자원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개별분석이 아닌 ”pooling“ (시료의 취합)에 의한 분석으로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관련성의 평가가 개별자료의 평균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정한 규모에서의 pooling은 관련성 평가의 기본원칙을 견지하면서, 시료의 소모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또한, 대조군의 경우도 매번 시료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일부의 참여자를 대조군으로 미리 선정할 수 있다 (super control, 슈퍼 대조군). 이런 슈퍼 대조군도 역시 적절한 pooling을 통해 시료의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설계의 장점은 어느 정도 이상의 질병발생이 있고, 또 질병발생의 확인이 정확하게 이루지고 있는 암과 중증질환의 경우, 생체지표만 명확하다면 거의 실시간으로 관련성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슈퍼대조군을 통한 환자-코호트연구 설계의 기본개념은 그림 2에 제시하였다. 또, 유전체정보를 갖추고 있는 (현재 한국인 3만명의 유전체 분석 완료) 코호트에서 이러한 연구가 진행될 경우, 유전적인 취약계층에 대한 연구와 이러한 코호트 자원은 한국인 유전체코호트가 가장 크고 대표적이지만, 다른 국가기관과 연구기관도 수천-수만명 규모의 자료와 자원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인 유전체코호트의 활용도가 외국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여러모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Figure 2. 
슈퍼대조군을 활용한 환자-코호트 연구설계가 전통적인 코호트내 환자-대조군연구 (전통대조군을 질환발생 시점을 확인하여 한명씩 선정하는 방식)가 유력한 연구설계이며, 특히 유전체 분석이 완료된 슈퍼대조군의 경우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의 구체적인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연구설계가 될 수 있다.

단면조사 형태의 역학조사 결과의 표준화 및 체계적 추구조사

또한, 대부분의 1회성 단면조사 성격의 역학조사 자료와 관련시료들이 충분한 표준화 및 체계적인 장기계획 없이 환경부, 복지부 등에 산재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생활화학문제를 포함한 모든 환경문제와 관련된 역학조사의 결과와 정보 및 자원들은 이러한 장기추구조사 체계로 통합되어 향후 보다 환경적인 요인에 대한 정보가 충실한 일종의 코호트의 기능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장기적인 추구관찰을 통해 관련성을 다시 평가하기 위한 연구가 매우 드물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러한 추구조사 체계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표본수가 수백명에 불과하여 암의 초과발생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1995년도 인천시 고잔동 유리섬유에 의한 위암추가발생의 역학조사 결과를 15년 후에 암발생현황만으로 추구조사를 해본 결과, 암이 초과 발생할 확률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8 . 이러한 장기추구조사에 의해서 결론을 유도하고, 또, 단면조사 형태로 1회성으로 수행되는 각종 자료와 시료들을 체계적으로 보관하여 향후 다양한 생활화학 및 생활환경문제에 대한 연구에 활용하는 것은 또 다른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현재 국립홥경과학원이 환경과 관련된 역학조사의 주무부처로 관련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다른 기관의 자원들을 국립환경과학원의 주도하에 통합-표준화를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언제, 누가 생활화학물질의 건강영향에 대한 역학조사를 결정하고 수행할 것인가?

우리나라에는 감염성질환에 대한 역학조사의 제도와 인력, 시설 등이 가장 잘 정비되어 있다. 감염병의 특성상 당연한 일이다.9

최근 암의 발암원 및 초과발생 등을 조사하기 위한 역학조사 체계도 암관리법에서 세부규정이 만들어졌고, 국립암센터와 질병관리본부의 협력을 통해서 필요 시 암질환에 대한 역학조사가 수행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생활화학 및 환경에 관한 문제는 아직 이러한 체계나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규모파악 및 피해보상 등을 위해 입안 준비 중인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이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보다 일반화하고 전면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역학조사를 결정하는 시점에서는 현재의 주무부서인 식약처, 농림수산해양부, 환경부 등이 일차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문제의 성격이 잔류항생제, 산업장 주변, 화학생산품의 규제와 정보제공 등 다양한 문제를 동반하기에, 보건복지부, 산업자원통상부, 고용노동부 등과 각종 관련산하기관도 관여되어야 한다. 그림 1에서 제시했던 것과 같이, 처음 노출원에 대한 위해성평가와 독성실험 및 인체내 노출평가 단계에서 대부분의 문제들이 종결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실제로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즉각 역학조사체계가 작동될 수 있도록 구축되어야 한다. 생활화학물질에 대한 다부처 및 다기관, 다학제간의 협력은 이러한 역학조사 체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며, 새로운 기관을 만드는 것은 차후의 논의가 될 것이다.


결론

우리에게 안전한 생활환경을 위한 근본대책마련은 정말 요원한 일인가? 물론 시간이 걸릴 것이며 장기적인 기반도 더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가진 역량들을 하나로 모으기만 해도 의외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상설적인 범부처 협력체계와 다학제간의 협력연구구조가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제기한 것과 같이 화학물질의 안전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며, 주로 취약한 사람에게 문제가 집중될 것이므로, 일반적인 위해성평가가 아닌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위해성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 과정에서 유전체코호트와 같이 감수성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는 고효율 역학조사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학조사체계를 구상하고 전후의 구성요건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범부처의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Notes
2 예를 들어, 사람은 소금이나 물의 과다로도 심각한 건강문제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고, 셀레니움은 일정량을 섭취할 경우 해독작용과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고용량에서는 오히려 발암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Gwinn MR, Axelrad DA, Bahadori T, Bussard D, Cascio WE, Deener K, Dix D, Thomas RS, Kavlock RJ, Burke TA. Chemical Risk Assessment: Traditional vs Public Health Perspectives. Am J Public Health. 2017 ;107(7):1032-1039.
4 술을 마신 후 얼굴이 붉어지는 반응이 대표적으로 대사능력에 따른 건강영향의 차이를 보여주는 예이다. 대부분의 느린 분해효소를 가진 사람들은 얼굴이 빨개지며, 이러한 사람들에서는 음주에 의한 식도암의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5 인과성과 역학적 관련성의 차이는 역학분야의 핵심적인 기본개념이나, 본고의 주제에서 벗어나 자세한 기술은 역학원론 (김정순 저) 등을 참고하기 바란다.
6 예를 들어, 가습기 살균제에서 폐포성 폐섬유화(alveolar lung fibrosis)라고 하는 비교적 특이적인 형태의 폐병변 소견 등
7 환자군이 크게 선별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없다면 환자대조군 연구가 되고, 반면 환자군 중 어떤 사람들이 조사에 참여하는지 (누락, 선별참여 등)가 불명확하다면 단면연구와 동일한 설계가 된다.
8 Cho SH et al. Fifteen Years After the Gozan-Dong Glass Fiber Outbreak, Incheon in 1995. J Prev Med Public Health. 2011; 44(4): 185–189.
9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