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Journal of Public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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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orean Journal of Public Health - Vol. 61, No. 1, pp.1-13
ISSN: 1225-6315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Jun 2024
DOI: https://doi.org/10.17262/KJPH.2024.06.60.1.1

정부의 감염병 위기소통 기능 강화를 위한 조직 변화 전략

유명순1
1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Strategies for organizational change to strengthen the government’s crisis communication function during an infectious disease outbreak
Myoungsoon You1
Department of Public Health, Seoul National University

Abstract

Objectives

This study aimed to derive organizational strategies to strengthen the government’s crisis communication during severe infectious disease outbreaks such as the COVID-19 pandemic.

Methods

For the purpose, the Spokesperson Office in the Korea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 was analyzed.

Results

This study proposed three strategies for improving KDCA’s crisis communication. First, the KDCA needs to reset current crisis communication goals and functions by reflecting the nature of actual pandemic crisis. Second, it is necessary for the Spokesperson Office to have appropriate conditions in its structure, task, technology, and human resources in order to achieve the renewed goals of crisis communication. Third, there is a need to develop organizational leadership that initiates future changes in organizational culture and administrative system in a direction that emphasizes the importance of communication for effective outbreak management.

Keywords:

COVID-19, Communication, Infectious Disease Outbreak, Organization, Crisis

Introduction

1. 연구의 배경

1) 미래 감염병 위기 대비와 코로나19 범유행의 교훈

병원성 미생물은 인간 사회와 공존하며 ‘스페인 독감’, ‘사스’ 같은 감염병의 대유행을 통해 그 어느 질병보다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송영구, 2005). 그동안 국제 사회는 ‘재앙’으로 기록되고 되풀이되는 감염의 유행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다. 세계보건기구가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를 일으킬 수 있으나 병원체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전염성 질환, 일명 ‘Disease X’를 혁신적 연구·개발이 필요한 우선 과제 목록에 올린 것이 한 예다(신예림 등, 2021). 그러나 2014년 에볼라 및 2015년 메르스 발생 후 채 10년이 되기도 전에 나타난 전 세계 7억 명 이상을 감염시키고 7백만 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코로나19는 정확히 예측되지 못했으며, 백신과 치료제를 포함한 약물적 대응 수단 역시 염원만큼 즉시 확보되지 못했다. 게다가 코로나19는 2020년 1월 세계보건기구의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이래 4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종식되지 않은 채 변이를 거듭하고 있다.

이로부터 감염병 위기는 그 위기를 ‘관리’하는 사회의 역량을 높이고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며, 특히나 위기의 예측과 규명 및 대응 수단에 걸쳐진 과학의 불확실성(uncertainty)을 줄이기 위한 생명·의과학(biomedical science)과 심리·행태, 정보·소통, 행정 등 사회과학 기반의 동시 고도화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2) 코로나19로 드러난 감염병 위기 대응 주체의 효과적인 소통의 중요성

또한 코로나19로 국제 사회 대부분이 같은 감염 확산의 위협에 당면했으나 실제의 대응은 서로 같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래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한 교훈을 찾을 수 있다. 그동안 문헌들은 이런 차이에 대해 사회 맥락적 요인들, 예컨대 감염병 대응 제도·정책 등과 함께 위기 대응의 ‘공적 주체’ 역량을 중요 요인으로 꼽아왔다. 감염병 대응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기능 발휘는 생명 보호와 사회 안녕 유지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Christensen & Lægreid, 2020a, 2020b), 사실상 위기 대응은 정부가 국민을 향해 중대한 위협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알리고, 관련 법과 정책을 동원하며 조치를 조직화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Boin et al., 2005).

국내「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보건복지부와 함께 감염병 유행 대응의 주무 부처가 되며(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2024), 실제로 코로나19 범유행 시 위기 경보 단계에 따라 관심·주의 단계의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질병관리청), 경계 단계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보건복지부) 및 심각 단계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체계가 운영되었다(재난 및 안전관 및 기본법, 2023;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2024). 주지할 점은 코로나19는 감염 유행의 역학적 특징뿐만 아니라 요구된 정부 기능 측면에서도 전대미문의 도전이었다는 점이다. 그 중 정부의 ‘효과적인 위기 소통’ 기능은 전례 없는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감염 앞에 모두가 취약한 범유행 상황에서 극심한 사회심리적 불안과 정치적 혼돈에 빠지지 않도록 정보와 메시지의 신뢰도를 관리하고, 권고 행동이 전국적으로 취해지도록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행동을 조직화하고, 감염병 대응의 최일선 현장과의 연결과 연대를 높이고, 방역 정책 추진에서 수반되는 민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기반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등은 모두가 ‘소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부당국은 위기의 시기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효과적으로 감염병을 소통해야 한다. 다만 이때의 감염병 소통은 위험 소통(risk communication)에 가깝다. 문헌이 지적하듯이 위험 소통의 핵심은 감염병에 관한 국민과 지역사회의 위험 인식 ss제고에 핵심이 있다. 당면하지 않았으나 잠재성이 있는 감염 위험을 충분히 알리고 경각심을 높이도록 돕는 활동(informing risk)이 중요한 것이다. 해외의 감염병 유행 발생 사례를 공유하거나 계절별 주요 감염병 정보를 제공하고, 일상적 감염 예방을 강조하는 활동들이 있다(질병관리청, 2023). 반면 본 연구가 주목하는 정부의 감염병 위기소통은 위기의 이름이 가리키는 것처럼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고, 일상을 파괴할 만큼 긴급하고 심각하게 전개되는 감염병 유행을 소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별적인 기능을 요구한다. 중대한 위기 상황임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대규모의 예방 조치 및 행동이 일어나도록 미디어와 정보통신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필수 정보에 소외와 배제가 없도록 지역 보건체계 및 의료제공의 현장과 밀접하게 연결하는 등의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공할 속도와 규모로 전개되는 위기 상황에서 이 기능들은 발휘되기 힘들다. 따라서 위기가 아닌 시기에 구축하고 지속된 민관학 및 중앙-지자체 간 위기 소통 체계와 전략이 관건이다.

2. 연구의 필요성

1) 현황 및 한계점

정부는 2023년 5월 『관계부처 합동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중장기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그 중 《기반과제》의 하나로 ‘전략적 위기소통 기반 강화’를 제시했다(질병관리청, 2023). 코로나19를 겪으며 정부 부처 내부에 감염병 유행의 효과적인 소통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개선되었음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현 계획서의 내용은 ‘인포데믹 예방’, ‘소통을 통한 백신 예방접종 신뢰 강화’ 등 개별 사업의 나열이며, 각 사업이 어떻게 위기소통 기반 강화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하는 논리 기반, 나아가 전체 위기 대비·대응 체계에 위기소통이 어떻게 자리매김 되는지의 전략적 개선안이나 방향성이 제시되어 있지 못하다.

학계의 현황도 비슷하다. 코로나19 위기소통을 주제로 한 연구는 찾기 어렵지 않으며(노환호 등, 2022) 대부분 논의나 제언에서 ‘정부의 감염병 위기소통 강화’를 강조한다. 그러나 개인 단위에서 설문 자료를 통해 정부 감염병 위기 소통의 효과성 인식을 보거나 언론 기사 등을 통해 코로나19 소통 메시지를 분석하는 연구에 비해 정부 조직, 공공 행정, 감염병 대응 체계(시스템) 차원에서 위기 소통을 다루고 전략을 개발하는 연구는 지극히 부족하다. 이런 불균형은 연구 다양성은 물론 정책 현실 개선의 측면에서도 문제다. 정부의 감염병 위기소통 효과성을 강조한들, 현상 유지(status quo)를 벗어날 대안 개발이 없다면 실제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최선의 미래 팬데믹 대비는 국가의 감염병 위기관리 역량을 계속 높여가는 것이며, 코로나19를 통해 ‘정부 감염병 위기소통 효과성 강화’ 중요성이 특히 높아진 만큼 이를 우선 과제로 추진할 필요가 있으나, 이에 비해 현재의 정부 계획이나 학술 연구에 한계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2) 본 연구의 차별점

이런 배경 속에서 본 연구는 정부의 감염병 위기소통을 다루되, 커뮤니케이션 이론과 방법론을 적용한 기존의 접근과 달리 조직의 관점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부 감염병 위기소통 담당 조직 변화·개발(organizational change & development)에 강조점을 두는 차별점이 있다. 이런 접근의 중요성은 첫째, 방역과 의료 대응 등 감염병 유행 위기를 대응하는 주체들은 고유한 정부 조직 위계와 책무의 구조 속에서 활동을 펼치며, 그렇기에 관련 조직 구조와 체계의 변화 없이 소통 강화라는 결과를 요구하거나 기대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민간 조직과 달라 정부 조직 체계에서는 위기 경험 그 자체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감염병 위기 소통 효과성 향상 같은 기대 목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담당 조직 및 체계를 다루면서 현실적인 변화의 전략 개발이 중요하다.


Methods

1. 연구 목표

본 연구의 최종 목표는 정부의 감염병 위기소통 강화를 위한 조직 변화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다. 전략 도출은 경영학, 행정학 등 민간·공공 조직 연구 및 실무에 널리 사용된다. 전략 도출을 위한 방법은 하나가 아니나, 대개 조직의 환경과 구조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전략 설계(design)를 하고 전략 실행에 중요한 가능(enabling) 요인, 예컨대 리더십이나 활동 계획(initiatives)을 제시한다. 본 연구도 유사한 절차를 따른다.

2. 연구 대상

본 연구의 대상 조직은 법령이 명시한 감염병 대응의 주무 부처인 질병관리청이며 전략 도출의 초점 대상은 청의 소통 전담 조직인 대변인실이다. 질병관리청은 5년마다 마련되는 국가 『감염병 예방관리 기본 계획』의 주관 부처로, 최근 “감염병으로부터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비전으로, ‘Disease X 대비’와 ‘감염병 예방관리 고도화’를 양대 목표로 하는 『제3차(‘23~27년’)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뿐 아니라 지난 5월 계획 수립 이후 12월 시행 계획이 발표된 관련 부처 합동 『신종감염병 대비계획』 주요 추진 주체이기도 하다.

3. 연구 진행

본 연구는 크게 두 단계로 분석을 진행한다. 첫 번째 단계는 질병관리청 조직이 제시하는 감염병 위기소통 목표가 코로나19 범유행 같은 실제 위기에서 요구되는 위기소통과 걸맞게 설정되어 있는지의 타당성에 관한 것으로 소통 목표라는 과녁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이다(do the right thing). 다음 단계는 질병관리청 소통 전담 조직인 대변인실이 감염병 위기소통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적절한 조직 상의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 즉 직제, 과업, 인력 및 기술 등 구성 요인 별 적절성(do the things right)을 따지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조직 변화는 유기적인 것이기에 실제 변화를 촉진할 가능 요인(enabling factor)을 리더십의 초점으로 다룬다.

4. 연구자료

본 연구를 위해 동료 심사를 거친 학술 문헌은 물론 다양한 회색 문헌(gray literature)을 자료로 활용한다. 전자는 학술 데이터베이스(PubMed)및 구글 학술검색을 통해 확보했고 첫째, Government, COVID-19, Risk Communication, Crisis Communication, Strategic Communication, Organization Change, Organization Development, Organizational Change, Policy Study, Public Administration을 주제어로 한 경우를 적용하여 찾은 140여 편 중에서 두 가지 제외 기준(대상 및 주제가 정부나 공공 조직이 아니거나, 특정 한 국가에 한정하는 경우)을 적용하고 이후 연구자가 직접 초록을 읽으며 본 연구의 주제어와의 관련성을 추가로 판단하여 최종 22편의 해외 학술 문헌을 포함한다. 회색 문헌의 경우 모두 공개 자료인 경우에 한정하며, 종류는 정부(질병관리청) 조직도, 재난과 감염병 관련 법령, 질병관리청의 위기소통 표준업무지침(SOP), 코로나19 소통을 핵심어로 한 정부 용역 과제 보고서, 정부 보도자료 및 언론 기사를 활용한다. 활용된 학술 문헌 및 회색 문헌 자료는 참고문헌을 통해 서지 정보와 출처를 제시한다.


Results

1. 질병관리청 감염병 위기소통 목표 재설정 필요성(소통 목표 강화 전략)

본 연구의 첫 번째 단계는 질병관리청의 위기소통 목표가 타당성 있게 설정되었는지를 다루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공보(public relation) 활동이나 위험 소통과 달리, 코로나19 범유행 같은 재난적 위기에서 정부의 소통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소통(strategic communication) 기반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전략적 소통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주체인 ‘조직’을 중요시하고 조직 내외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관리’를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Zerfass et al., 2018). 또한, 보도자료나 브리핑을 통해 정부 정책을 알리고 홍보하는 활동 등은 일반 공보와 유사하나, 전략적 소통은 감염병 유행 위기 대응에서 일어나는 책임론, 법적, 윤리적 정당성 관련한 부정적 이슈관리나 지속적인 메시지를 통한 주요 청중과의 의미 형성(meaning making) 등을 강조한다

다양한 자료(메르스 이후 개정된 질병관리청 위기소통 표준운영지침, 코로나19 대응 기간 동안 작성된 정부 보도자료 및 이를 다룬 언론 자료 등)를 코로나19 대응에서 공적 소통의 목표와 책무를 다룬 학술 문헌과 비교하고 종합한 결과, 향후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위기소통은 그간 강조해 온 ‘과학 기반의 방역’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변모하는 위기 상황에 맞춘 ‘유연하고 전략적인 감염병 위기소통’을 강조할 필요가 있으며, ‘과학 신뢰’와 함께 ‘조직 신뢰’를 목표로 명시하고 특히 소통의 ‘협력과 조정’ 기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Hyland-Wood et al., 2021; 이영재, 2023).

이런 변화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19는 급속한 전개, 국지적 영향, 조기 상황 안정화 등 ‘급속 연소형 위기(fast burning crisis)’였던 이전 감염병 유행과 달리, 수년에 걸쳐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영향권이 국제적이며, 피해 또한 건강 영역을 넘어 사회경제로 확산하는 등 장기화 위기(long shadow crisis) 양상을 보였다(Savoia et al., 2020; Thiry et al., 2022). 이것의 의미는 당면 위기의 속성에 따라 소통 모델 역시 선제적으로 재평가(recalibration)와 목표 재설정이 되도록 유연성을 추구 원칙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단기 공략형 방역과 달리 감염병 대응(방역)과 일상 회복 공존의 시기에 적합한 소통 모델은 목적 의식적으로(purposeful) 새롭게 개발되어야 하고 이것이 애초 목표로 설정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기존의 원칙을 고수하는 경우 초기에는 신속한 정보 제공 등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어도 장기화에 따라 청중과 맞춤이 부족한 소통, 또는 방역 피로감에 반응하지 못하는 반복적이고 일방적인 소통으로 달리 평가될 수 있다(Bavel et al., 2020; Viola et al., 2021).

둘째, 코로나19는 시작부터 내내 감염의 진원(지) 규명, 및 백신·치료제 등 약물적 대응 수단 개발 전망, 검역과 예방접종 등 주요 정책 의 증거 기반 등에 걸쳐 과학적 불확실성을 드러냈다. 여기에 팬데믹 자체가 불러온 불안과 공포가 더해지며 국제적으로 방역의 정치화(politicization) 또는 분극화(polarization)의 가능성을 키웠다. 이뿐 아니라, 새로움을 추구하는 뉴스 미디어의 속성과 정보 탐색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자 하는 개인의 정향이 더해지면서(남유리, 2021) 정보 범람이 계속되고 그 가운데 혐오 표현 노출, 왜곡된 정보 공유의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Watkins & Clevenger, 2021a). 실제로 2023년 2월 전국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된 코로나19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역량이 가장 잘 발휘된 것으로 소통(‘정보제공과 소통(52.0%)’)을 꼽았으면서도, 동시에 ‘감염병의 정치와 방지 및 과학적 대응 강조’ 같은 소통에 있어서는 백신·치료제 개발 등 연구개발 역량과 함께 미흡했던 역량으로 들었다(유은태 등, 2023).

이는 신종감염병의 대확산 위기에서는 감염병 유행에 관한 과학적 정보가 전달되면 공중의 이해가 높아지고 긍정적인 태도 수용과 행동 실천이 뒤따른다는 (Knowledge-Attitude-Practice, KAP) 같은 단선적 모델을 가정하기보다, 위기에 대한 다양한 주체의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책 결정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소통 전략과 계획, 예컨대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과학의 불확실성을 투명하게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고 그 과정에서 ‘과학과 정책’, ‘과학과 정치’의 상호보완의 관계 설정을 강조하는 기회를 높여가는 것 등 전략적 소통의 원칙을 가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란 점을 의미한다(Dubb, 2020).

셋째, 코로나19를 통해 감염병 위기에서 정부 소통이 효과를 거두려면 소통의 ‘조정(coordination)’ 기능을 대폭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주요 이해관계자의 참여 기반(community engagement) 강화 전략이 필수라는 점이 드러났다. 정부의 감염병 위기 소통은 공적 소통이며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한 도구로 기능한다. 따라서, 정부는 공공 및 민간의 주요 이해관계자에게 정부 정책에 관해 일관되고 조율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며, 동시에 정부가 국민과 지역 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청취와 참여 기회 역시 확장해야 한다(OECD, 2021).

일상이라면 감염병 소통은 잘 통제되고 구분이 뚜렷한 행정 체계 안에서 비교적 분명한 상황을 다룬다. 그러나 코로나19 범유행 위기 상황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소통이 벌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일상 회복의 과정에서 경제·교육·보건의료 등 부처마다, 소상공인과 학부모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마다, 서로 다른 선호와 가치가 드러났다. 코로나19 백신 수급 과정에서 제약사와의 계약 기밀을 유지하는 것과 투명한 정보공개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은 서로 조화롭지 못했고, 긴급함을 이유로 정부 주도로 소통을 진행하는 것과 지역과 현장의 의견수렴 및 조율 속에서 소통을 진행하는 것이 동시에 가능하지 못했다.

이런 사례들은 정부가 감염병 위기소통에서 소통 주체 간 조정과 협력 기능을 최우선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문헌을 통해서도 감염병 위기 소통에서 ‘조정 기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게재된 논문을 통해 Savoia 등(2023)은 총 19개 국가, 27명의 소통 담당자 및 전문가를 서면질의 및 인터뷰한 결과를 새로운 정부 감염병 위기 소통 9대 원칙과 36개의 권고 형태로 제시했는데, 소통 ‘조정(coordination)’은 투명성과 진실성(Accountability and Integrity), 정치로부터의 독립성(Independence from Politics), 반응성(Responsiveness) 및 형평성(Equity)와 함께 강조되었다(Savoia et al., 2023).

2. 소통 담당 조직의 조직 여건 개선 필요성(소통 강화를 위한 조직 구조의 적절성 확보 전략)

본 연구의 두 번째 단계는 ‘조직’의 관점에서 감염병 대응 주무 부처인 질병관리청을 사례로 정부 위기소통의 문제를 찾고 변화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리빗의 다이아몬드 모델(Leavitt’s Diamond model of change management)을 적용했다. 이 모델은 조직 관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성공적인 조직 변화를 위한 4개의 요소로 인력, 과업, 구조 및 기술을 제시한다.

구조(structure)는 수직, 수평에 걸친 조직 설계도이자 조직의 기반을 이룬다. 따라서 조직의 변화는 곧 조직의 구조 변화를 의미한다. 과업(task)은 일차적으로 인력이 수행하는 업무를 말하지만, 그 이상을 의미한다. 조직이 목표를 변경하여 전략적으로 새로운 과업을 도입하면, 그로 인해 기존 인력의 훈련과 교육이 달라지거나 새로운 인력 확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떤 과업을 수행하는가의 현황은 해당 조직이 실제로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도록 한다. 다음으로, 인력(people)은 조직의 근간(backbone)에 해당한다. 사실상 조직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조직을 구성하는 인력의 전문성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끝으로 기술(technology)은 과업 수행을 위해 동원하는 지식과 기술을 포함한다. 조직이 목표 변화를 통해 새로운 과업을 도입하면 새로운 지식과 기술 탐색이 일어난다. 따라서 조직이 소통을 강화하려면 구조와 과업은 물론 인력들이 투입하는 기술과 지식의 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런 틀을 적용해서 질병관리청 위기 소통 담당 조직인 대변인실의 적절성을 검토한 결과 세 개의 불일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과 더불어 대안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1) 조직 목표-구조 불일치와 개선 전략

첫 번째 문제점은 사스, 메르스, 코로나19를 거치며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위기 소통을 강화해야 하는 목표는 분명해진 반면, 실제 소통을 담당하는 조직 구조가 현상 유지(status quo)에 머물러 있는 목표·구조 불일치이다. 현재 대변인실의 책임자인 대변인은 직제에서 타 주요 사업부서와 같은 국장급이 아닌 4급 과장급이며, 구조 유형의 경우 질병관리청 조직도(Figure 1)에 따르면 대변인실은 조직의 핵심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권한과 자원을 갖춘 ‘계선조직(line organization)’이 아닌 질병관리청을 보좌하는 ‘참모조직(staff organization)’으로 설계되어 있다. 전체 조직이 특정 역할이나 기능에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부여하는지를 직제와 권한의 구조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한 앞의 설명을 놓고 본다면 위계와 권한 구조가 중요한 정부 조직에서 감염병 위기 소통의 시작과 진행에 구조적 한계와 어려움이 있을 것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Figure 1.

Organization Chart (Korean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

더 큰 문제는 현재의 대변인실 구조로는 코로나19 같은 대형 감염병 유행에서 범정부적 위기 소통의 구심을 형성하는 역할이 어렵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이 질병관리본부로 존립하던 시기에는 조직 내 위기소통 담당관 직제가 있었으나(질병관리청, 2017) 2020년 조직이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는 과정에서 대변인실로 개편되면서 사라지게 되었다. 감염병 유행 위기가 발생하면 질병관리청은 중앙방역대책본부 체제가 되지만, 이때의 방역 등 위기 소통은 공보를 담당하는 대변인실이 전담하는 일종의 전환형 구조인 셈이다(질병관리청, 2020).

현 구조와 체계를 그대로 유지해도 좋다는 판단이 내려지려면 최소한 두 가지 질문에 그렇다는 답이 필요하다. 하나는 코로나19 범유행 같은 위기가 닥쳤을 때 참모 조직이자 공보 담당인 대변인실 구조로 재난적 감염병 위기소통을 전담할 수 있겠는가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처럼 대변인실 구조에 위기소통을 전담하는 구조가 마련되거나 그 기능이 명시되지 않아도 되는가의 문제이다.

본 연구가 참고한 문헌과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두 질문 모두 긍정의 답을 내릴 수 없으며, 오히려 국내외 사례를 비춰 볼 때 다소 동떨어진 실정이기에 대안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대안 하나는 신종감염병의 대유행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 질병관리청이 위기소통을 ‘센터’ 체계로 추진하도록 설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대변인실 하위 구조를 개선하여 평상시 감염병 위기소통 강화를 목표로 해당 사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 사례는 다음과 같다. 정부 조직 체계상 부와 처를 청과 같이 볼 수 없으나, 재난·안전의 주관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질병관리청과 마찬가지로 대변인실을 두고 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대변인실은 하위 부서로 홍보담당관, 디지털소통팀과 더불어 안전소통담당관을 마련하여 재난 안전 소통을 업무로 명시하고 있으며, 2023년 7월 재난 안전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대변인의 직급을 과장에서 실장으로 승격하는 구조 변화를 시도했다. 위해 관리 주관 부처의 하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대변인실 구조이나, ‘위험소통’을 업무로 명시해 둔 사업 조직이 있다는 점에서 질병관리청의 소통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예컨대 식약처의 (소비자) 위해예방정책과의 경우 공개되어 있는 25개 주요 사업 중 5개 업무가 소통에 관련된 (소통 종합계획 수립, 사전예방적 위해 소통, 대국민 소통향상을 위한 소통 자문 및 협의체 운영, 소통 기법 개발 및 교육, 관계부처 및 단체 간 정책 현안 소통 조정 협력, 소통 컨설팅) 업무이다. 소통 분야 전문가와 학자를 해당 부서 국장급으로 채용하는 시도 등 소통 접근성 제고 노력 또한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위기소통 관련 기능으로 내·외부 소통 및 협력, 대국민 소통, 지역사회 소통, 루머 관리가 제시되어 있고, 대변인의 보좌 업무의 하나도 (6항 공중보건 위기상황 대응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및 교육·홍보) 위기소통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하위 부서의 설계를 보면 대변인실은 주무, 언론소통, 디지털 홍보의 하위 부서(계)로 구성되어 있고 위기소통 업무를 일상에서 전담하는 부서나 인력이 확보돼 있지 않다. 위기소통의 책임과 기능은 제시하고 있으나 평상시 이를 전담하고 사업을 추진할 구조와 주체가 미비한 것이다.

평소의 대변인실 구조에 위기 소통을 전담하는 하위 부서와 전담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코로나19 내내 지적된 중앙-지방 간 위험 및 위기 소통을 지원하는 문제 극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대응에서 현장과 지역들은 준비되지 못한 감염병 위기 소통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안정기인 지금 대변인실 하위 위기소통 부서와 인력은 이런 문제로부터 사후 책무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해외 사례는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설치한 『국가감염병위기자문위원회』가 해외의 공중보건 위기소통 담당 기관에 서면 질의를 한 결과를 모아서 제시한 예비 연구 내용의 보도자료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34]. 규모와 여건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조직의 특징이나 추구 목표에 있어서 국내 질병관리청과 유사한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의 경우 감염병 유행 등 공중보건 비상사태 발생하면 긴급상황실 체제를 개시하는데 이때 정보·소통의 센터 격인 Joint Information Center(JIC)를 함께 가동한다. 사실 JIC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 등 다양한 재난 대응 기구가 위기에서 공적 소통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가동하는 소통 체계를 통칭하며, 감염병 위기 소통의 고유한 운영 체계는 아니다.

JIC는 글자 그대로 위기에서 ‘합동 정보·소통 센터’ 기능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평소 CDC 산하 부서에 소속되어 해당 사업에서 소통을 담당하는 행동과학, 심리학, 정신건강, 공중보건,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전문 인력들이 공중보건비상사태 발생 시 JIC에 집결하여 당면 위협의 속성에 맞춘 정보 생산, 다양한 청중에 맞춘 메시지 개발 및 다채널 기반의 소통 활동을 벌인다. 일반 공보를 담당하는 대변인실이 위기에서 위기 소통을 전환하여 전담하는 국내 설계와 차이가 있다.

JIC 사례에서 또 하나 참고할 점은 정부의 감염병 위기소통 기능의 핵심에 정보 공유 및 소통 조율(coordination)을 최우선으로 설정한 점이다. JIC 책임자가 ‘코디네이터’의 직함을 다는 것 또한 위기소통에서 조정과 조율의 중요성을 명시적으로 보여준다. 끝으로, 미국 CDC의 JIC 같은 센터형 구조는 과장급 대변인과 주요 사업 국장급 관리자들과 수평적 관계를 이루게 하며 초점 있고 원활한 정부 소통 추진에 기여할 수 있다.

3. 조직 과업-기술 불일치와 개선 전략

다음 문제점은 과업과 기술 간 낮은 정합성이다. 코로나19는 전문적인 위기 및 위기 소통 지식과 기술 확보 없이 소통 효과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정보사회의 상징과도 같았던 미디어 채널의 다양성과 풍요(The plurality of communication channels)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는 역설적으로 허위 정보, 왜곡된 정보 확산의 위험, 일명 ‘인포데믹’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Choukou et al., 2022; Geurts et al., 2023) 정부의 감염병 위기소통 역시 고도로 전문적인 미디어 채널 관리 역량이 요구되었다(Hatcher, 2020). 접종증명·음성확인서 정책(일명 방역패스) 도입이나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등의 사례에서도 신속성 같은 기존 소통 업무 매뉴얼의 적용만으로는 현실적인 해석이나 구체적인 대처가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뿐 아니라, 감염에 관한 정보 문해력(health literacy), 디지털 정보 접근성이나 활용 격차(digital divide) 등은 현실적인 문제였으나 이를 줄이고 예방할 기술 확보 수준은 충분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하게도, 감염병 위기소통의 학술적 기반이 도전에 처했다. 유수의 과학 저널들은(Bavel et al., 2020) 코로나19에서 위기 대응이 효과성을 높이려면 역학·감염 등의 의과학과 행태과학이 소통 과학(health-behavior-communication)과 융합하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복잡한 과학과 과학의 불확실성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위기의 장기화에서 공중의 긍, 부정적 심리나 동기를 파악하지 못하면 권고 행동의 수용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현재의 감염병 위기 소통 지식과 기술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하기란 쉽지 않다. 대변인을 비롯한 위기소통 조직 인력의 위기소통 지식과 기술 향상 교육·훈련 기회 역시 매우 제한적이며, 공공의 노력만으로 요구되는 수준에 도달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감염병 위기소통 현상들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확보할 것인가?

우선 전략은 정부가 미래 감염병 위기 소통 강화에 필수적인 지식과 기술을 연구개발(R&D)로 확보하는 것이다. 이때의 연구는 소통의 개별 기법이기보다 코로나19 범유행 같은 재난적 국가 감염병 위기에서 정부 소통을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개념화하고, 소통 효과의 혁신에 필요한 원천 기술 확보를 목표로 기획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전략은 감염병 위기 소통 자문 구조의 개선이다. 최근 미국에서 출범한 The Council for Quality Health Communication(CQHC)를 예로 들 수 있다. 《공중보건 소통의 질 향상 위원회》정도로 옮길 수 있는 이 기구는 일견 감염병 소통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법학이나 정치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학술 전문가들이 민간 정보통신 분야 기관이나 스타트업 주체들과 공중보건 소통의 질을 향상하고자 연합체를 꾸렸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자명했음에도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한 현실의 극복을 출범 배경으로 제시하고, 추상적 이론보다 ‘신속한 권고안 개발’, ‘소통 담당자를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등 실무적 기여를 강조한 점, 끝으로 운영 체계 역시 과업 중심의 소그룹 작업반(workstream) 단위로 구성한 것 등이 참고할 만하다(Gollust et al., 2020; 탁상우, 2020) 감염병 위기소통의 지식과 기술이 실질적으로 개발되려면 기존의 일방향 자문 구조를 개선한 대안 형태가 필요하다.

4. 조직 인력-과업 불일치와 개선 전략

마지막으로 문제점은 인력과 과업의 불일치이다. 전문성 있는 인력이 적정한 규모로 확보되어 있지 못한 조직이 조직 활동으로부터 효과를 거두기는 만무하며, 일부나 일정 시기에 효과를 내더라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문형빈 & 이승규, 2020). 위기에서 폭증하는 정보와 소통 수요를 대응할 인적 자원이 적절하게 확보되지 못하면 소통에서 막을 수 있는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병관리청 소통 담당 조직의 인력 현황을 보면 향후 감염병 위기소통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코로나19를 다룬 정부 백서, 학회 전문가와 정부 당국자의 발표 자료 및 언론 기사 등을 종합하면, 2023년 기준 질병관리청 대변인실의 인력 규모는 대략 15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 중 전문 임기제 5명과 연구원 3명을 제외한 정원 내 인력은 그보다 적은 7명 수준으로 짐작된다. 이 수준의 인력으로 4년 가까운 시간 위기 소통을 지속했다는 것은 코로나19 대응 내내 계속된 “부족한 인력들이 영혼을 갈아넣으며 한 대응”이란 말이 위기 소통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엿보게 하며, 코로나19 위기소통과 관련한 사회적 요구가 계속되는데도 왜 충분하게 충족되지 못했는지 역시 알 수 있도록 한다(류현숙, 2020). 인력은 과부족인데 과업 수요가 폭증하면 기본 업무나 사후 책임성의 문제를 최소화할 업무에 치중하게 되는 등 조직 전체가 소통에 소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전담 인력 확충이 곧 위기 소통 효과성을 보장하는 충분 조건은 아니나, 적정한 인력은 조직 효과성의 필수 조건이며 중요한 조직 관리 전략이다. 방역 당국의 소통 인력 부족 문제는 이미 보고서나 언론을 통해서도 다뤄졌다. 예컨대 한 보고서는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가 현재의 질병관리청으로 조직이 승격되면서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간 기능 이관으로 재배치되는 인원을 뺀 순수 증원 인력이 4백여 명에 가깝지만 감염병 위기소통에 배치된 전문 인력 규모는 그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을 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1).

직접 비교가 어렵더라도 행정안전부 대변인실의 규모는 40명이 넘고 그 중 하위부서인 ‘안전소통’ 부서 인력이 질병관리청 대변인실과 비슷한 규모인 점, 식약처 대변인실 역시 질병청 대변인실의 인력보다는 많은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점은 고려해 볼 만하다. 해외 비교는 더더욱 신중해야 하지만 국내 인구보다 작은 인구와 면적을 가진 싱가포르 역시 보건당국 소통 인력 규모가 40명이 넘는다고 서면 질의에 응답한 것이나 미국 CDC에 전체적으로 2백 명 가까운 소통 및 행동 중재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 등은 간접적으로 국내 감염병 위기소통 인력 자원 확보가 중요 과제임을 수긍하도록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사실상 어느 국가나 감염병 위기 소통 인력 부족을 호소하지만 순환 보직 제도나 전문성 강화 교육·훈련 프로그램 제공 등 나름의 과업-인력의 적정성 강화 대안을 시도하는 점이다. 예컨대 뉴질랜드와 호주는 국내 질병관리청과 유사하게 일반 공보 부서가 코로나19 시기에 위기 소통을 맡는 전환형 전담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보여지지만 부처 별 소통 담당 인력이 ‘공동으로’ 위기 소통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고, 코로나19 대응에서 소통을 맡을 정규직 인력을 신속히 확충하거나 특별법을 통해 소통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고 답하고 있어서 보완 노력의 적극성에서 차이가 난다.

감염병 위기소통을 담당할 적정 인력 확보 문제는 인력의 소통 기능 전문성 강화와 더불어 신속한 개선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코로나19 대응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방역 당국이 아닌 언론을 통해 먼저 접한다’와 같은 지역과 현장의 문제 제기를 극복할 수 없다. 시시각각 변모하는 위기 상황에서 폭증하는 언론의 정보 요구를 적절히 감당하지 못하고 임시방편 방식으로 언론 대응을 하며 양방향 소통의 원칙에서 멀어진다는 언론의 문제 제기도 마찬가지다. 보도자료 작성과 브리핑 준비 등을 벗어난 업무를 맡아 할 적정 인력 확보가 없이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5. 소통 강화를 이끌고 지속할 조직 리더십 개발 필요성(조직 소통 리더십 개발 전략)

코로나 19 위기에서 질병관리청을 포함한 정부 당국은 국민과 지역사회와 함께하며 생명을 구하고 민생을 수호하는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소통은 정부 대응에서 뗄 수 없는 도구이자 기능이었고, 이 점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성과와 한계는 곧 코로나19 소통 대응의 성과와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020년 1월 이후 실시된 다양한 설문조사를 보면 초기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등 보건당국은 높은 기관 신뢰도를 얻었고,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제공한 정보와 소통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Hu & Zhong, 2023). 국내외 문헌들도 한국의 초기 코로나19 대응의 성과 요인의 하나로 위기소통을 꼽는다. 메르스 이후 개정한 위기 소통 업무 매뉴얼을 활용하여 감염 및 행동 정보를 전국적으로 전달하는 시간을 단축한 점,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고 정례 브리핑 등 대국민 소통을 지속한 것 등이 기여 요인으로 언급되었다(보건복지부, 2020; Kim, 2022). 코로나19 정보 제공이 지연되고, 과학과 정치가 갈등하고, 대통령실을 비롯한 통치권이 메시지 불일치로 혼란을 일으킨 점 등이 지적된 미국 같은 해외와 비교하면 소통 책무성을 효과적으로 발휘했다고 불 수 있다(Macnamara, 2021).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이 길어지면서 정부 소통에는 새로운 도전이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대응의 초점이 ‘신속한 유행 차단’에서 ‘일상 회복과 방역의 지속 가능한 균형과 조화’로 옮겨지면서 정부 부처의 서로 다른 정책 우선순위를 놓고 설득하고 협조를 얻는 한층 정교한 소통이 필요하게 되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소통 역시 중앙의 단일한 소통 지침의 공유 확산으로는 협조와 신뢰가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국민과 사회의 소통에서도 전체적으로는 ‘양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초기 대비 정부 신뢰나 소통 만족, 특히 코로나19 예방접종 추진 관련한 소통 지표의 긍정 응답이 감소하면서 효과적인 소통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감염 유행에서 예방의 원칙을 설득하고 이해를 공유하는 것은 결코 쉬운 과업이 아니다. 따라서 그 동력은 하위 부서가 아닌 상향된 구심점을 통해 확보되고 유지될 필요가 있으며, 적절한 조직적 리더십 개발이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위기소통 강화를 위한 조직적 리더십 개발이 필요한 이유는 조직 문화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상대적으로 의과학 전공자가 많으며, 주요 위험의 평가와 대응에서 의과학의 증거 기반을 따르고, 정책 결정에서도 전문가의 자문과 판단이 중요시되는 등 고유한 조직 문화가 있다. 조직 문화는 구성원에게 무엇이 옳고 좋은지를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규범적 영향력을 미친다. 이런 질병관리청의 지배적 조직 문화에서 전략적인 감염병 위기소통이나 메시지를 통한 의미 형성 등은 쉽게 널리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다. 이것의 의미는 감염병 위기소통 강화는 대변인실 업무 차원이 아니라 질병관리청 조직 전체의 소통 강화로 설명하고 이해를 얻고 수용이 되도록 조직 문화를 변화하는 수준의 고위 리더십 발휘가 중요하다.

또한, 질병관리청은 전체 정부 조직의 하나이자 정부 행정의 관리 대상이라는 점도 리더십 개발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질병관리청 내부에서 감염병 위기소통 강화를 위한 조직 변화의 필요성을 공유하더라도 실제 변화를 위해서는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 관련 부처와의 설득과 조율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 인력운영계획(2023~2027) 등은 정부 조직 운영에서 효율적 인력 관리를 강조하는 기조이며,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한가운데 조직 승격과 인력 확충을 진행한 이후이기 때문에 조직 고위 관리직의 적극적인 리더십 없이는 감염병 위기 소통 강화를 도울 조직 구조 및 기타 변화가 시도되기 힘들다. 끝으로, 공적 소통이자 정부 소통인 감염병 위기소통은 기본적으로 방역 정책 결정 및 집행을 둘러싼 기능과 책임에 관한 규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위기소통 강화란 감염병 대응 및 재난 대응에 관련된 법령에 위기소통을 강조하고 관련 권한, 책임, 기능과 담당 구조의 개선을 말하는 것과 같다. 일개 실무자나 실무 조직이 아닌 전 조직 차원, 또한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강화의 차원에서 소통을 다룰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이다.

결론적으로, 향후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위기소통을 강화를 위한 조직 리더십 개발을 위해 고위 관리직을 포함한 주요 사업부서 대상의 ‘전략적 위기관리와 위기소통’, ‘정책·정치 커뮤니케이션’ 등을 주제로 하는 교육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보도자료 작성, 브리핑 지원 등 실무 차원의 위기소통을 넘어 위기의 의미를 형성하고, 과학 신뢰와 조직 신뢰를 얻고, 위기대응에 관련된 다주체와 상호 작용하는 위기소통의 개념과 전략을 이해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Conclusion

본 연구는 감염병 대응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의 하나인 질병관리청 및 청의 대변인실을 대상으로 향후 감염병 위기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 변화 전략을 도출했다.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연구와 달리 본 연구는 질병관리청이라는 정부 조직과 해당 조직에서 소통을 담당하는 대변인실이라는 하위 조직을 초점에 두고, 조직 개발과 변화의 관점에서 소통을 다루는 차별적 접근법을 취했다. 연구를 위해 다양한 학술 문헌 및 공개 자료를 종합했고, 사례 분석 및 전략 도출의 기본 방법을 적용하여 질병관리청 감염병 위기소통의 목표 타당성과 목표 대비 현 소통 담당 조직의 현황 간 적절성을 분석하여 대안을 제시했다.

본 연구는 분명한 한계점이 있다. 정부의 감염병 위기소통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 분석은 질병관리청의 대변인실에 국한했기에, 재난 대응의 주요 유관 부처에 이번 분석 결과를 적용하거나 일반화하기가 어렵다. 이뿐 아니라 학술 논문과 보고서나 언론 보도 자료 등을 활용하여 논지를 마련했기에, 본 연구가 대상으로 삼은 조직에서 설문 조사나 인터뷰 등으로 확보한 자료를 적용했을 때의 결과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끝으로, 전략 도출 방법론을 엄격하게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결과의 일관성(reliability)에 한계점이 있다.

이런 한계 속에서도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먼저, 질병관리청은 지난 코로나19 위기가 드러낸 다양한 속성을 반영하여 정부 감염병 위기소통의 정의, 목표, 기능을 재설정함으로써 목표의 현실성 및 타당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과학과 정치의 건설적 관계 설정, 사회적 합의 기반의 마련과 유지, 위기 장기화에 따라 변모하는 개인의 동기와 심리에 대한 반응성의 강화 등이 소통 조정(coordination) 기능과 함께 새롭게 반영될 내용으로 지적되었다. 다음으로, 국내외 사례를 적극 검토하여 감염병 위기소통의 운영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합동 정보 센터 구조로의 재설계와 이전보다 위기소통의 ‘조정(coordination)’을 대폭 강조하는 변화가 우선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평상시 위기소통을 대비하기 위한 전담 하위 구조 및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또한, 위기와 위기소통을 다루는 지식과 기술의 혁신적 개선이 필요하며, 공공 분야 단독으로 기술 확보와 개선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정부의 연구개발 추진과 더불어 감염병 위기소통 기술 향상을 위한 민관학 연합 형태의 거버넌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은 기존 정부의 소통 관련 자문 구조를 개선하는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끝으로, 감염병 대응에서 위기소통의 위치와 역할을 개선하기 위한 조직 문화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조직적 리더십 개발이 중요하다. 이런 조직적 리더십은 조직 내부는 물론 타 정부 부처와 감염병 위기소통 강화를 위한 조직 변화를 설득하고 조정하기 위해 중요하며, 근본적으로는 감염병 대응 및 재난 대응의 법·제도를 정비하여 위기 소통의 역할, 책무, 기능이 실질적으로 강화할 여건 마련에도 중요하다. 이런 위기소통 강화의 필요성을 조직에서 더 잘 공유할 수 있도록 최고 관리자 및 핵심 사업 부서 관리자 대상의 위기 관리, 위기소통 및 전략적 위기 소통 등을 주제로 조직 차원의 교육·훈련 기회가 필요하다.

위기소통은 특별히 어려운 도전 과제다. 최근의 OECD 보고서 역시 이 점을 보고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27개 국가의 보건 관련 기관 소통 담당관을 조사했는데 이들은 소통 중에서도 위기 소통을 가장 도전적인 소통 역량으로 꼽았다. 그 이유에는 ‘조정(coordination)의 어려움’과 ‘전문성 있는 인력 자원(human resources)의 확충’이 있었다(Savoia et al., 2023).

감염병 위기소통은 소수의 개인기가 아니라 감염병 위기를 대비, 대응하는 체계와 시스템에 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34명의 전문가가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발간한 책 《코로나전쟁의 교훈》은 “(미국은) 19세기의 문제 대응에 맞게 설계된 구조로 21세기 글로벌 비상사태를 대응했다”는 문구를 통해 실패의 원인은 시스템에 있고 따라서 극복의 시작은 시스템의 변화에 있다고 말해준다(Covid Crisis Group, 2023).

감염병 대확산의 위기에서 소통은 곧 중요한 공중보건 대책이다. 따라서 정부는 코로나19 범유행 같은 감염병 대유행 위기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을 직시하고, 그런 위기에서 소통이 중요했음을 각인하고, 코로나19의 경험을 철저히 복기하면서 정부 감염병 위기 소통 효과성을 강화하기 위한 해당 조직과 체계의 변화를 시작하고 중단 없이 이어갈 필요가 있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저자의 의견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질병관리청 자문위원회 정책연구용역 통합 결과 보고회(2024년 1월 26일)에서 발표한 저자의 의견을 발전시킨 것임

References

    Figure 1.

    Figure 1.
    Organization Chart (Korean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